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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을, 독서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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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을, 독서가 희망이다

입력
2004.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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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이상(理想)과 망상이 한데 뒤엉켜 마음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할 때, 또는 사회 가치관의 급변으로 마음이 흔들려 번잡하고 스산할 때, 책을 펴 들 수 있는 사람은 불행하지 않다. 이념과 계층 간의, 편견이 심한 지역 간의, 혹은 노소세대 간의 생각이 서로 많이 다를 때, 그 갈등과 알력을 해결하기 위해 책들이 쓰여지고 그 책을 탐독하는 사회는 건강하다. 독서는 인간이 발명해 낸 가장 가치 있는 관습이다. 독서는 사유의 낡은 장벽을 허무는 곡괭이며, 헐어낸 자리에 새 집을 짓는 흙손이다.한 달 동안이나 국토를 이상고열로 괴롭히던 수상한 여름이 가고, 낯익고 서늘한 계절이 당도해 있다. 습하던 대기는 알맞게 투명해졌고, 한 해를 마감하는 초목은 건조한 향기로 대지를 감싸고 있다. 낮의 소음이 가시면, 대도시나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서도, 문득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온다. 일상의 혼란과 훤소에서 잠시 물러나 책을 펴 들 만한, ‘독서의 달’ 9월이 깊어 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연간 독서량은 15.2권, 여성은 11.3권이다. 1개월 동안 잡지 외의 독서를 한 사람은 44.6%이다. 1989년(32%) 91년(39%) 96년(43.8%)에 비해 꾸준히 늘었다. 독서량을 더 늘리자. 책 읽기 편하도록 지하철과 버스의 등도 더 밝게 하고, 안방과 거실에도 TV 리모콘과 함께 책들이 놓여 있게 하자.

늘 책을 읽자. 곁에 두고 읽을 만한 경전이나 고전, 문학책도 좋고, 지식산업 시대를 헤쳐나갈 실용서도 좋다. 독서는 개인과 사회를 맑고 차가운 샘물 같은 지혜에 도달하게 해준다. 독서는 개인의 내면적 의무이기도 하고,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다. 독서에는 한 공동체의 희망이 걸려 있다. 예전 한 선각자는 외쳤다. ‘책 읽는 백성이라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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