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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이영훈 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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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이영훈 등 지음

입력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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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이영훈 등 지음

서울대출판부 발행/2만원

‘한국에서 근대적 경제성장은 20세기 식민지시기부터이다. 근대적 소유제도가 정비되고 철도, 도로, 항만, 통신의 발달에 의해 전국적으로 잘 통합된 상품시장이 성립하고… 그 발달의 구체적 양상, 한국적 유형의 특질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19세기 말까지의 전통경제체제가 전제로 또는 제약으로 작용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는 낙성대경제연구소(소장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한국의 장기 경제통계’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나온 논문집이다. 연구소는 1650년부터 2000년까지 인구, 생산, 물가, 무역, 국민소득 등 경제통계를 정리하여 ‘한국의 경제통계:17~20세기’라는 통계서 출간을 목표로 한 이 연구에서 사학계의 주류이론인 내재적 발전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펴 일찌감치 적지않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 논문집은 조선후기, 식민지기, 대한민국으로 나눈 3개 년 연구사업의 첫 성과물이다.

대표편집자로 지난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을 묶은 이 교수는 총론에서 “초기 경제사 연구자들을 사로잡은 문제의식은 ‘자본주의 맹아론’이었다”며 “그들은 식민지기에 일제에 의해 부식된 ‘조선사회정체성론’을 타파하기 위한 사명감에서 17~19세기 전통사회에서 자본주의를 향한 맹아적인 경제형태가 발전하고 있었음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교수에 따르면 이와 반대로 조선후기 경제는 18세기 안정기 혹은 발전기를 거쳐 19세기 중반, 특히 1860년 무렵에는 이미 국가권력이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대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1850년대에는 물가폭등과 농촌 및 도시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현상이 두드러지고, 1860년에는 뚜렷한 인구감소 현상도 확인된다. 논 값 또한 18세기에는 안정적이었으나, 1810년 이후 19세기 말까지는 거의 절반으로 폭락했다.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산림남벌로 인한 땔감 부족이 농가소득의 감소나 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조선왕조는 이에 대응한 정책을 쓰는데 실패했다. 이 교수는 이런 결과가 일부 지방의 자료를 토대로 한 것이어서 전국의 현상으로 확대하기에는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18세기까지의 인구증가가 야기한 자연과 사회와의 긴장관계를 해소하는데 요구되는 제도 창출에 조선왕조가 실패하였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조선후기와 일제시대의 인구변동’ ‘서울의 숙련 및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 1600~1909’ ‘농촌이자율의 장기변동, 1742~1953’ ‘재화가격의 추이, 1701~1909’ ‘18~19세기 산림황폐화와 농업생산성’ 등 8편의 논문이 실렸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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