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ㆍ2/김훈 지음생각의 나무 발행/1만원
누구는 김훈씨의 글들을 두고 ‘글’이 도드라져 글의 ‘내용’을 가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여러 다른 글을 읽어도 돌아서면 ‘별로 다르지 않은 하나’더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그의 소설(‘칼의 노래’ 등)을 두고도 “문장 하나하나를 길어올리기 위해 쓴 것 같다”고도 한다. 그런 그들도 그가 당대 문장의 한 정점을 이뤘다는 점만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의 기행산문집 ‘자전거여행ㆍ2’가 나왔다. ‘가장 믿을 수 있는 몸의 확장’이고 ‘몸을 땅과 교감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매개자’인 그의 자전거는 일몰의 조강에서 김포평야를 거쳐 비무장지대(DMZ)와 기지촌 서해 갯벌과 가평 산골, 성남 모란시장, 수원 화성 등을 두루 돌았다.
책은 ‘풍경은 사물로서 무의미하다’는 언명으로 시작한다. 그에게 풍경과 언어의 관계는 외로운 세레나데처럼 일방적으로 사람이 풍경에 말을 거는 관계다. 그러니 그의 언어(글)는 풍경에 대한 짝사랑의 결과다. 그가 짝사랑하는 풍경은 대체로 영세하고 오래된 삶이 끈질긴 살이를 이어온 터전 혹은 그 흔적으로 쓸쓸한 풍경이다. 한때 번창했으나 강심으로 휴전선이 그어져 지금은 적막한 조강나루가 그것이고, 수확을 예비하는 어린 모들이 자라는 김포평야와 그 대지를 모세혈관처럼 흐르는 농수로, 분단시대 내수면 어로의 최전방 전류리의 어부 등이 그것이다.
그 풍경들이 허접한 수식을 배제한 단출한 서술들로 고르게 이어지는데, 그의 문장이 아름답고 정치한 것은 서술어 자체가 절묘한 수식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페이지 어떤 문장도 쉽게 넘어가는 예 없이 오감을 넘나드는 공감각적 비유와 의인의 수식을 담고 있다. 해서 그의 글은 검소한 듯 현란한데, ‘자산어보’가 횟감의 으뜸으로 모셨던 웅어의 맛을 두고 ‘씹히는 질감은 가볍고 삼키고 나면 뒷맛이 투명하다’고 하고, 차지면서 뒤엉키지 않는 김포 ‘금쌀’의 미각과 촉각을 두고는 ‘깊어서 편안한 매혹’이라고 하는 식이다. 그런 그의 글맛은 섣불리 말하기 힘들지만, 두고두고 입맛 다시게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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