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음악계 전설의 목소리가 잠실 벌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지난 13일 홍콩에서 아시아 순회공연을 시작, 타이페이를 거쳐 17일 내한한 엘튼 존(57). 그의 첫 한국공연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은 4만여 팬들에게 잊지못할 ‘가을의 추억’을 남겨주었다.30여년간 오디오를 통해서만 그의 음악을 접해온 팬들은 첫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거렸다. 그리고 이날 주인공인 엘튼 존이 무대에 오르자 그동안 기다림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바뀌었다. 단짝인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은 엘튼 존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단아하고 애틋한 목소리로 ‘Bitch is back’을 부르기 시작했고, 객석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노래에 취해갔다.
드러머 나이젤 올슨을 비롯해 짧게는 7년, 길게는 30여 년 함께한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는 엘튼 존의 영롱한 피아노 선율에 화음을 맞췄고, ‘Bennie and the jets’ ‘Daniel’ ‘Philadelphia freedom’ 등 보석 같은 노래들이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엘튼 존의 담백한 멜로디와 리듬에 맞춰 몰입하던 팬들은 ‘Rocket man’에 이르러 들썩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너무나도 귀에 익은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the word’와 ‘Candle in the wind’ 를 부를 때 객석은 일제히 손을 흔들며 하나가 되었다. 엘튼 존은 간간히 비가 뿌리는 현장 분위기에 맞춰 예정하지 않았던 'Singin' in the Rain'을 피아노 연주곡으로 들려주었으며,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Your song’을 열창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젊은 시절의 미성과 파격적인 무대 매너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엘튼 존의 이날 무대는 총 1억 5,000만장의 음반을 팔며 왜 살아있는 팝의 신화로 추앙받는지 실감하게 충분했다. 직접 공수해온 25톤의 공연장비로 꾸며진 무대는 풍성한 사운드를 제공하며, 운동장 공연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넘어서 대형 콘서트의 참 맛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어쩌면 마지막이 될 그의 내한공연이 바쁜 일정 때문에 단 한번으로 그친 점은 못내 아쉽다. 시간 제약 때문에 30여 장의 정규앨범과 수많은 히트곡 중 24곡만 라이브로 들을 수 밖에 없었던 것도 팬들은 안타까웠다. 17일 첫 한국공연을 끝낸 엘튼 존은 19일, 21일 중국 상하이에서 아시아 순회공연을 하고 영국으로 돌아간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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