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여자데스몬드 모리스 지음/이경식 서지원 옮김
휴먼앤북스 발행/2만3,000원
출세작 ‘털 없는 원숭이’이후 37년 간 연구 및 저술 활동이 집적되면서 영국의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76)의 관심은 ‘인간’에서 ‘여자’로 서서히 옮아갔다. 1985년 나온 ‘보디 워칭’의 개정판을 준비하다가 아예 여자의 몸에 초점을 맞춰 써버린 ‘벌거벗은 여자’를 저자는 “이번 책은 여자의 몸에 대한 생각의 종착역”이라고 설명한다.
영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한 이 책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여성의 몸을 22개 부위로 나눠 샅샅이 탐구하는, 동물사회학적 보고서다. 저자는 여성의 신체가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정교하게 진화했다고 전제한다. 남자는 사냥, 여자는 종족보존으로 노동역할이 분담되면서 남성의 몸은 근육만을 키워온 반면, 여성은 생존에 유리하도록 지방이 많은 풍만한 몸으로 디자인됐다. 봉긋한 가슴과 도톰한 입술, 풍만한 엉덩이로 때로는 성적으로, 때로는 보호본능을 자극해 남성을 족쇄를 채우는 여성의 몸이‘아이같은 어른’이라는 진화목표에 더 충실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여성은 몸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헤어스타일을 다듬고 입술을 붉게 칠하는 등 화장을 하고 몸매를 가꾸는 수준의 치장부터 수술을 통해 가슴을 키우기까지, 신체의 일부를 강조하거나 억누르고 혹은 확대하거나 축소해왔다. 이렇게까지 여성이 몸을 괴롭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저자의 분석에서는 ‘관능적 요인’이 두드러진다.
입술에 색을 칠하는 것은 여성이 몸을 치장해온 대표적 방법이다. 저자는 붉고 두툼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입술 메이크업을 성적 제스처로 해석한다. 입술은 생김새나 질감, 색조 면에서 여성의 성기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마호메트의 가르침과 상관없이 이슬람문화권에서 여성들이 입술을 가리는 규범도 저자의 분석에 힘을 보태준다.
여성의 가슴이 양육이라는 기능에 반해 반구 모양으로 솟아오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개 영장류 암컷들이 엉덩이를 이용한 뒷모습으로 수컷을 자극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인간의 여성도 의지와 상관없이 엉덩이가 관능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신체구조를 지녔다. 그러나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은 앞모습으로 마주할 때가 많기 때문에, 여성은 엉덩이를 모방한 가슴이 유혹의 도구로 기능할수있도록 진화하게 됐다. 대신 엉덩이는 커야만 유리한 것은 아니어서, 보다 날렵한 형태로 자리잡게 됐다.
최근 유행하는 배꼽티 패션도 우연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여성들이 바지를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치마를 입을 때 노출되던 다리의 맨살이 가려지게 되자 이에 대한 보상으로 배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전족전통에서 보듯 여성의 작은 발을 선호한 것은 섹시해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페디큐어 등 발톱을 장식하거나 비싼 구두에 집착하는 여성의 심리는 과시욕으로 풀이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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