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17일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9~10월중 장내에서 삼성물산 주식 700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증권 분석가들은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확대하려는 국내 대기업들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에서 삼성그룹도 예외가 아니라고 평했다.
삼성SDI가 700억원을 투자하면 삼성물산 주식 491만주(16일 종가 기준)를 취득, 현재 4.52%인 지분이 7.58%로 늘어나 최대 주주가 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최근 해외법인에서 2,400억원의 배당수익이 들어와 주식에 투자키로 했다”며 “삼성물산의 경영권 방어 문제와는 상관 없는 순수한 투자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이 그룹 지배구조 차원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려진 결정으로 풀이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4.02%를 비롯, 삼성정밀화학 5.59%, 삼성테크윈 4.28%, 제일기획 12.64%, 삼성SDS 17.96%, 삼성카드 3.12%, 삼성석유화학 13.05%, 삼성네트웍스 19.47% 등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사실상의 그룹 지주회사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12.48%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분은 취약한 상태여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의 지분구조는 삼성SDI 4.52%, 삼성생명 4.81%, 삼성복지재단 0.15%, 삼성문화재단 0.08%, 이건희 회장 1.42%, 우리사주조합 2.3% 등이다. 특히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지분이 많은 삼성물산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제2의 SK 사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분석가들은 “삼성SDI의 외국인 보유지분이 41%에 달해 반응이 주목된다”며 “삼성물산이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삼성SDI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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