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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양강도 폭발 없었다" 결론/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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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양강도 폭발 없었다" 결론/뭘 남겼나

입력
200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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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양강도 폭발설 파문이 한국 정부의 체면에 생채기를 잔뜩 남긴 채 한 판 해프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평양 주재 서방 외교관들은 16일 당초 우리정부가 의심하던 양강도 김형직군이 아닌 60㎞ 떨어진 삼수군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북한이 대형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이미 선전해온 장소다. 정부는 다음날인 17일 김형직군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망신'을 인정했다.

정부의 무능

정부가 김형직군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9일 오전 위성사진에 잡힌 '특이한 형태의 구름'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던 정부는 공교롭게도 8일 밤 11시26분께 진도 2.6의 지진파가 감지된 사실을 입수, 지진파와 폭발, 그리고 구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진파 진앙지가 구름이 관측된 김형직군에서 100㎞ 이상 떨어진 백두산 일대 화산활동지역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관계가 없는 요인들이 연결이 되는 바람에 폭발설은 초기부터 부풀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정부 당국자들의 성급한 발언도 한 몫 했다. 이들은 '지진파 감지', '미사일기지 폭발 가능성', '용천참사 보다 큰 폭발사고' 등의 잘못된 정보를 흘렸고 대폭발설은 일파만파 확대됐다.

정부는 또 인적정보와 감청, 위성 등을 총동원했지만 결과적으로 김형직군 일대에서 폭발이 없었다는 근거를 찾는 데 급급한 꼴이 됐다. 우리의 문제점은 정보 수집력이 아니라 옥석을 가리는 정보 분석능력이었다.

발파작업 의문

북한이 16일 공개한 발파작업의 규모도 의구심을 낳았다. 북한의 설명대로 한 번에 150톤씩의 폭약이 사용된 이번 발파작업을 남쪽에서 왜 몰랐느냐는 것. 한국지질연구센터가 15일 폭파실험을 한 결과, 경북 영천시에서 6톤의 TNT를 터뜨려 194㎞ 떨어진 군산관측소에서 진도 1.6의 지진파를 감지했다. 150톤 규모의 발파가 북한에서 있었다면 이를 남쪽에서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거대한 산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백 톤의 폭약을 사용하더라도 폭약을 땅 속에 묻느냐, 산 중턱에 묻느냐에 따라 진동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15만㎗의 산을 1㎗당 100그램의 폭약을 이용해 폭파했다'는 도리스 허트람프 주북 독일 대사의 설명도 혼선을 야기했다. 허트람프 대사의 설명대로 계산하면 총 15톤의 폭약을 썼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 그러나 발파 전문가들은 "한 번에 7.5톤씩의 폭약을 썼다는 계산인데, 이를 한꺼번에 쓰는 게 아니라 2∼3톤씩 순차적으로 터뜨렸을 수 있다"며 "이는 일반적인 발파기법으로 지진파가 감지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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