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동창회에 나갔다가,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되느냐’는 질문공세에 시달리고 말았습니다. 회의를 영어로 하기로 했다거나, 아예 회사가 외국인 합작사로 바뀌었다거나 해서 갑자기 영어에 ‘직면’한 친구들이 부쩍 늘었더군요.비슷한 사정의 독자도 많으시리라 믿고, 그날 미처 못했던 대답을 드려볼까 합니다.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은 ‘시간을 들여 꾸준히’ 공부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어를 웬만한 수준으로 구사하는 데 필요한 ‘절대시간’은 2,000시간 정도라고 합니다. 하루에 1시간씩 시간을 낸다면 줄잡아 6, 7년 걸리는 셈입니다.
‘그건 도저히 불가능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는 것’은 깨끗이 포기하십시오. 대신에 목표를 바꾸면 됩니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업무를 해내는 것’으로요.
업무에 필요한 영어만을 배우는 데는 시간도, 돈도 그리 들지 않습니다. ‘업무용 영어’의 상당수는 그 분야의 전문용어들이니까요. 그런 것들은 책에도 나오지 않고 학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공짜로 널려 있습니다. 회사의 업무 매뉴얼이나 문서자료만 잘 훑어봐도 많이 구할 수 있습니다. 부족하다면 ‘한글’로 자료를 정리하고 사전이나 인터넷을 이용해서 영어로 바꾸면 됩니다.
남은 과제는 더 간단합니다. 만약 주로 부딪힐 일이 영어회의라면, 그 자리에서 실제로 쓰게 될 문장을 딱 몇 개만 뽑으십시오. 이것만큼은 책이나 선생의 힘을 빌려도 좋습니다. 그리곤 그 문장들만 질릴 정도로 반복해서 쓰십시오. 그때그때 적당한 전문용어를 끼워넣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목표는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영어로 업무를 해내는 것’이니까요.
/김민기 출판기획자ㆍ두앤비컨텐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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