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중공업 노조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으로부터 제명됐다. 1990년 ‘골리앗 투쟁’으로 한때 강성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현중노조의 민노총 이탈은, 현재 노동운동이 안고 있는 고민과 향후의 변화를 가늠하게 하는 주요 사건이다.상급노조와 단위노조 간의 노선 갈등에서 비롯된 현중노조의 이탈은 현 노동운동의 명암을 드러내고 있다.
두 단체 간의 갈등은 지난 2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근로자 박일수 씨가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주장하며 자살한 사건에서 표면화했다. 금속연맹은 박 씨를 ‘열사’로 규정하며 비정규직 차별철폐 투쟁의 호기로 삼으려 했으나, 현중노조는 이를 정면으로 거부했다. 90년대 초까지 강성이었던 현중노조는 지난 7월 무분규 10주년을 기록할 정도로 조합원의 실리를 추구하는 단체로 변모돼 있다.
현중노조가 장기간 과격한 파업투쟁을 치르지 않고도 매년 임ㆍ단협상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 노조가 하청업체의 비정규직 등 소외된 노동자를 차별하고, 그들의 열악한 처지를 외면하는 처사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금속연맹이 제명 시키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으나, 현중노조의 이번 이탈은 민노총의 노선에 상당한 충격과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중노조는 민노총 출범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민노총 위원장까지 배출했으나, 막상 민노총이 과격한 투쟁노선을 걷는 동안 자신은 온건한 방식으로 실리를 추구했다.
기이하고 착잡한 느낌을 주는 과정이었다. 우리 노동운동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투쟁적이라는 우려와 지적은 국내외로부터 귀가 따가울 정도다. 이번 사태가 현중노조에게는 자기 이기주의를 돌아보고, 민노총도 지나친 과격성이 시대착오적임을 자성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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