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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웰빙여행-영주 선비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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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웰빙여행-영주 선비촌

입력
200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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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시 순흥 땅은 한국 유교의 본향(本鄕)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주자성리학을 도입한 고려말의 문인 회헌(晦軒) 안향(安珦ㆍ 1243~1306)이 태어난 곳이자,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紹修書院)이 있는 곳이다.대의와 명분을 위해서는 목숨을 버리지 않는 기개도 뿌리내렸다. 형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좌를 빼앗은 데 대해 반발하다가 이 곳으로 유배온 금성대군은 왕위찬탈을 노리던 중 사실이 발각돼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당시 마을 주민들은 금성대군을 도왔다는 이유로 역적으로 몰려, 수천명이 숨지기도 했다.우리 역사에서 가장 가슴저리는 사건이었지만 후손들은 지금도 금성대군의 편에 선 조상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소수서원 입구에 빼곡이 들어선 소나무는 옳은 일이라면 죽음에도 굴하지 않는 절개의 상징이다.

꼿꼿한 선비정신이 남아있는 순흥에 새로운 자랑거리가 생긴다. 소수서원옆에 위치한 선비촌이다. 영주시가 1997년 착공, 7년만에 완공한 전통체험 마을이다. 1만7,000평의 부지에 기와집, 초가집, 정자, 누각, 저자거리 등40여채의 한옥이 들어서있다. 모든 건물이 영주지역에 현존하는 고택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6간대청의 상류층 주택이 있고, 방 2개에 마루와 부엌 정도를 갖춘 조촐한 초가집도 있다. 양반가에서는 양반들의 생활을, 초가에서는 서민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기다린다. 23일 문을 여는 선비촌을 미리 찾았다.

# 선비촌 고택체험

입구에 들어서면 왼편으로 아담한 초가집들이 눈에 띄고, 오른편으로는 고래등 같은 기와집들이 떡 하니 버티고 섰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집은 두암고택(경북 유형문화제 81호)을 본 뜬 것으로 대지가 74평이다. 6간대청에 방만 5개이며, 부엌, 외양간, 마루방, 문간채, 곳간채 등을 갖추고 있다. 해우당고택(경북 민속자료 92호) 역시 6간대청의 상류주택으로, 7개의 방이 있다. 이밖에 만죽재, 안동장씨종택 등 상류층 고택만 4곳에 달하며 대부분 50평을 넘는다. 김문기가옥, 김세기가옥, 김상진가옥 등은 중류층 주택으로,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중산층 양반의 기품이 흐른다. 방마다 가득찬 자개농, 이부자리, 병풍 등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소품들이다.

10~20평형대의 초가집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양반가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초가지붕 위에 탐스럽게 열린 호박이 가을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선비촌내에 지어진 고택은 모두 19채로 한번에 8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 모든 집을 황토로 지어 새집증후군 우려를 최소화했다.

양반집이나 초가집에 상관없이 투숙객이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은 동일하다. 한복을 비롯, 관혼상제에 쓰이는 예복을 입어보거나 가마니짜기,새끼꼬기, 연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이 기다린다. 농사일, 전통예절, 선비정신교육, 한자배우기 등 옛 선비들의 일상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서당에서는 전통예절과 선비정신 교육과 함께 한문과 다례(茶禮)교육도 이어진다. 성황당건물에서는 무속신앙 체험도 할 수 있다. 또 투호, 널뛰기, 제기차기 등 전통 놀이기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줄다리기, 씨름, 윷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도 재현된다.

전통놀이가 무료해질 때쯤이면 전통 시장을 재현한 저자거리를 찾는다. 인삼, 사과, 한우 등 영주의 전통음식에서부터 장터국밥, 부침개, 막걸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대장간, 한지공방, 도예공방 등이 들어서며, 국궁, 은장도, 짚공예, 인견직, 복조리, 문방사우 등의 제작시연과 함께 완제품 판매장도 마련된다. 전통5일장도 복원될 예정이다.

이밖에 유생들이 공부를 배우던 강학당을 비롯, 물레방앗간, 정자, 대장간, 팔각정 등 평소 보기 힘든 전통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하나의 민속촌을 만들어내고 있다.

# 소수서원, 소수박물관

선비촌에 온 이상 반드시 봐야 할 곳이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이다. 소수서원은 중종때 풍기군수로 온 주세붕이 안향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처음에는 백운동서원으로 불렀으나, 뒤이어 부임한 퇴계 이황이 명종으로부터 소수서원으로 사액(賜額)받았다. 당시 선비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산교육장이다.

선비촌과 함께 문을 여는 소수박물관은 4,300여평의 부지에 2만여점의 서원 및 선비와 관련된 자료들이 모여있다. 안향의 영정(국보 111호)을 비롯, 이 황이 선조의 교육을 위해 만들었다는 성학십도(聖學十圖)의 원본이 이 곳에 보관돼있다.

/영주=글ㆍ사진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체험비용-기와집 4인 1실 5만원, 초가집 4인 1실 4만원

선비촌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상류주택 4인1실 기준 5만원, 상류 및 중류주택 2인1실 기준 2만5,000~4만원.초가집은 4인1실 4만원, 2인1실 2만~2만5,000원이다. 단체는 20% 할인혜택이 있다.

단순 관람의 경우 소수서원, 소수박물관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선비촌 (054)634-3325, 소수서원순흥문화유적지 관리사무소 634-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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