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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상반기 순익 24% 자사주 매입·배당금에 투자는 뒷전…주주만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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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상반기 순익 24% 자사주 매입·배당금에 투자는 뒷전…주주만 신경

입력
200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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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삼성전자가 2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다. 올 상반기 6조2,719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4월 1조9,900억원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을 실시했으며, 6월30일에는 7,911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증권사들에서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올해 순이익은 11조원 내외인데 반해 하반기에 실시될 자사주 매입 금액과 연말의 기말 배당금을 포함한다면 올해 삼성전자가 주가 관리에 쏟아 부을 돈은 약 5조원으로 순이익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이 올들어 주식시장에 쏟아 부은 돈은 자사주 매입에 5조2,050억원, 중간배당에 1조3,320억원 등 총 6조6,370억원으로 올 상반기까지 올린 순이익 26조8,400억의 24.3%에 달한다.이 같이 국내 대기업들이 대부분 ‘주주 가치 최우선’이라는 미명하에 무리한 주가 띄우기에 나서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올 예상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식시장에 쏟아 붓고 있으며, 심지어 올 예상 순이익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KT&G의 경우 올해 예정된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총액이 올해 예상 순이익을 웃돈다. KT&G는 상반기에 자사주 매입을 위해 890억원을 들였다. 이는 상반기 순이익(1,821억원)의 48.87%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게다가 KT&G는 연말까지 2,100억원을 자사주 추가 매입하고 기말배당금으로 주당 1,600원씩 2,855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으로 사용할 금액은 5,843억원으로 올해 예상 순이익(4,730억원)을 초과하게 된다.

기아자동차는 상반기 순이익 3,533억원 가운데 40%인 1,3656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썼다. 올해 예상 순이익은 7,498억원인데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배당을 한다면 자사주 매입 대금과 배당금(1,214억원)을 합쳐 순이익의 35.3%에 해당하는 돈을 증시에 투입되는 셈이다.

상반기에 1조6,3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포스코는 1,210억원의 중간배당과 2,85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모두 4,000억원을 써 상반기에 번 이익 가운데 4분의1 정도를 증시에 되돌려줬다. 또 상반기에 5,64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KT도 2,107억원을 중간 배당해 주주 환원율이 37.13%에 달한다

이에 대해 일부 증권사 전문가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계획을 찾지 못했다면 남는 이익을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쓰는 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장기 생존전략에 필요한 투자를 도외시한 채 당장의 주주이익에만 몰두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에게도 손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인천대 무역학과 이찬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자본의 폐해가 커지고 있다”며 “이대로 지속된다면 기업의 장기 성장 잠재력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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