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 미국 정부가 군사작전도 배제하지 않는 강경한 제재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강경입장은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경우와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모종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수파 사이에서 심각하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미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플로리다 탬파기지에서 이란 침투 후 현지 반체제 인사들과 손잡고 정권을 무너뜨리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군사작전을 포함한 모든 대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데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문제는 대선을 코앞에 둔 조지 W 부시 정부가 과연 이를 실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15일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 “최근의 강경한 움직임은 실제 공습을 위한 사전단계라기 보다는 이란 정부를 압박해 국제사회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엄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수파 내에서도 “핵으로 무장한 이란을 생각해보라”며 군사행동을 언급하고 있으나 공습의 시기와 주체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신보수주의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의 게리 슈미트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장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스라엘이 악역을 담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국방분야 싱크탱크인 ‘글로벌 시큐어리티’는 이란이 이미 20여개의 핵시설을 확보하고 있고 내년이면 핵심시설을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군사공격을 통한 무장해제는 2005년이 데드 라인”이라고 전망했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으나 미 대선 등으로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강경대응 이면에는 외교적으로 이란을 무장 해제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인 무력감이 깔려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오스트리아빈에서 열리고 있지만 다음달 31일까지를 이란 핵 협상의 최종시한으로 하자는 미국 정부의 요구에 대해 유럽측은 요지부동이다. 핵무기 프로그램이나 신고하지 않은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물증이 없는한 협상에 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져야 하며 제재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여기에는 이란에 대해 봉쇄정책(containment)을 기조로 하는 미국 정부와 개입정책(engagement)을 추구하는 유럽국가 간의 노선 차이도 작용하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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