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큰 식당, 특히 모임이나 결혼식 등 각종 접대장소로도 이용되는 식당은 왠지 맛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넓은 공간에 많은 종업원들이 바삐 오가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만으로도 주방의 정성이나 성의가 넉넉할 것 같지 않다.서울 신촌의 식당 ‘거구장’은 이런 편견을 거부한다. 1970년 오픈,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이 곳이 최근 대변신을 선언하며 대부분의 음식에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한 메뉴를 내놓고 있다. 합성조미료나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식당 주방의 커다란 용기 10여개에는 형형색색의 가루들이 가득하다. 모두 직접 만든 천연조미료들이다. 다시마가루 멸치가루 새우가루 표고버섯가루 들깨가루 콩가루 등 검은색, 자주색, 녹색, 푸른색 등 재료마다 색깔도 향도 맛도 제각각이다. 튀긴마늘 튀긴생강 참깨 미역 당근 파세리 취나물 등 조미료의 재료도 다양해 무려 15가지나 된다.
짠맛 매운맛 단맛 등 재료마다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 종류가 늘어났다. 간장도 채소를 끓인 물에 넣고 푹 삶은 채소간장이나 조림간장, 꽃소금과 볶은 대두, 깨소금을 섞은 구운소금만을 사용해 맛을 낸다. 그래서 식탁에 오른 소금 색깔이 불그스름하다.
평양냉면의 시원한 맛을 내는 육수에도 물론 천연조미료만 들어간다. 양지머리 육수에 동치미국을 적절히 배합, 차가운 겨울밤에도 한 그릇 들이키면 속까지 시원해진다. 일부 냉면집에선 시큼하거나 단맛을 내기 위해 화학조미료는 물론, 구연산이나 포도당을 넣기도 하는데 이 집에서는 상상할수 없다. 수돗물을 사용하면 염소 성분이 숙성발효에 영향을 주는 젖산균과 초산균류 활동에 저해가 돼 인공첨가물을 넣는데, 이 집에서는 그런 걱정이 없도록 아예 자연생수를 쓴다. 면은 메밀과 고구마 전분을 혼합, 찰지면서도 메밀의 청량함이 그대로 감돈다.
뻘겋게 비벼 먹고만 싶어지는 함흥냉면이나 된장국에도 역시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다. 민물새우 콩 다시마 미역 멸치 건새우 등 양념에는 제법 많은 조미료들이 들어 간다. 우렁시골된장찌개는 특히 시골에서 특별히 주문해 담근 된장에 학이 즐겨 먹고 뱀장어의 10배나 되는 철분이 들어 있다는 우렁이 들어가 맛을 더해준다.
1970년대 서울 소공동에 있던 거구장은 철판구이 요리로 이름을 날리다 85년 지금의 신촌으로 이전한 후에는 모임이나 외국인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한식당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냉면 말고도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다는 비빔밥인 ‘골동반’, 불고기나 샤브샤브, 갈비 등의 요리가 잘 나가는 대표 메뉴.
천연조미료를 앞세운 주방은 부산웨스틴조선호텔과 롯데호텔 출신의 서성윤씨가 맡는다. 음식이 맛이 주는 즐거움에만 치우치지 않고 이제 고객의 편에서 고객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시대로 바뀔 때가 됐다는 것이 그의 요리 철학이다.
● 메뉴와 가격/평양냉면과 함흥냉면 6,000원, 골동반 9,000원, 쌈밥까지 같이 나오는 우렁강된장 8,000원, 불고기 1만3,500원, 생갈비 2만3,000원. 양념갈비 1만9,000원.
● 영업시간 및 휴일/ 밤 9시30분까지. 비교적 일찍 닫는다. 연중무휴.
● 규모 및 주차/ 1층 홀에 테이블 100여개, 지하와 2, 3층에 룸이 넉넉하다. 무료 주차 3시간.
● 찾아가는 길/ 서강대 정문 바로 옆
● 연락처/(02)715-3611~3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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