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 보완이냐, 대체 입법이냐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처음엔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형법 보완론이 우세한 듯 했으나, 여론 부담이 커지면서 대체 입법론도 서서히 힘을 얻는 분위기다. 당 '국보법 태스크포스(TF)팀' 내부에서도 양론이 워낙 팽팽히 맞서 있어 아직은 방향을 짐작하기 어렵다. 우리당은 추석 연휴 전까지 최종 당론을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런 당내 상황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지도부의 기류는 형법보완보다 대체 입법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부영 의장은 16일 함세웅 신부 등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만난 자리에서 "형법보완이나 대체 입법을 통해 안보불안은 반드시 해소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지만, 내심 대체입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이 의장이 거듭 강조하고 있는 '안보불안 해소'는 형법 보완보다는 대체 입법이 보다 분명한 방법이라는 견해가 그 논거다. 이 의장은 또 "국회에서는 여러 기술적인 부분이 있는 만큼 연말까지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형식이 어느쪽이든 상관없다"는게 공식 입장이지만, 이날 정책의총에서 "국가안보에 공백이 없도록 파괴행위, 예비음모, 선전선동 행위는 확실히 처벌하는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해 대체입법을 선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때문에 일부 소장파 의원 사이엔 "여론의 반발에 떠밀려 후퇴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반해 국보법 TF팀의 기류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TF팀의 이상민 의원은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려면 뭣하러 국보법을 폐지하느냐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지만, 박상돈 의원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TF팀 소속 한 의원은 "시한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당론 결정이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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