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에서 혈연, 지연, 학연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미국의 정부 인사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이 15일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 인사의 원칙과 인재 발굴의 뒷얘기를 공개했다.정 수석은 "한국 사람의 관계에서 중요한 혈연과 학연, 지연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것은 우리에게 김치를 먹지말고 살라는 것과 같다"며 "그러나 너무 거기에 치우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균형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수석은 "예를 들어 금융통화위원 인사 과정에서 위원 7명 전원이 서울대 출신이어서 그건 안 된다고 했다"며 "나중에 여성 한명이 위원이 된 것을 두고 몇몇 언론이 여성을 넣기 위해 청와대가 바보 인사를 했다고 비판했으나 나는 속으로 '네가 바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게 인사 업무를 맡기며 참여정부에서 준용하고 다음 정부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사시스템 구축, 엄정한 인사 운용과 함께 흙속에 묻힌 진주를 찾아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인재의 추천과 발굴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를 위해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지역별 고교 동창회원들이나 대학별 동창회원들과 저녁 모임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정 수석은 "현재로선 공무원 정원을 늘릴 계획이 없다"며 "소관은 아니지만 우리는 청문회 대상 직책을 늘리는 것도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차관 인사를 예로 들면서 "민·관 경험을 가진 분, 2,3개 부처를 거쳐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분, 리더십을 갖춘 분, 지방서 예산확보 경험을 치른 분을 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특히 "산하단체에서 9년씩, 10년씩 장으로 남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그런 분들에겐 '할만큼 했으면 그만 두세요'라고 말하고 싶다"고 일부 산하단체장을 겨냥했다.
정 수석은 실세라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인사 업무를 처리하니까 실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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