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반도체업체 인피니온이 D램 가격 담합 사실을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가 부과한 벌금 1억6,000만 달러를 내기로 함에 따라, 삼성전자, 하이닉스등 국내 D램 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조사가 진행됐던 2002년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삼성전자 32.1%, 마이크론 18.0%, 인피니온 12.9%, 하이닉스가 12.7%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 업체 중 1곳 이상이 인피니온과 담합했을 것이며, 따라서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이번 악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16일 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4일 연속 상승행진을 중단하고 2.19% 하락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0.42% 상승하는 강보합세를 보여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하이닉스나 삼성전자의 실적이나 주가에 당장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동원증권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법무부가 인피니언에 대해 구체적 증거를 수집한 것으로 추측되나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물증을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라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설령 벌금 액수가 확정돼도 연간 주당 순이익이 5% 정도 줄어드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증권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담합판정을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가 3,000억원, 하이닉스가 1,200억원 정도의 벌금을 낸다 해도 양 사의 올해 예상 순이익에 비교하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에서는 담합을 ‘최악의 경제범죄’로 규정하기 때문에 혐의가 확정될 경우 컴퓨터 제조업체 등 수요자들의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메리츠증권 송명섭 연구위원은 “이번 담합 건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들과의 개별 손해 배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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