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情)가악회는 2000년부터 활동에 들어간 국악 실내악단이다.대표 천재현(거문고)을 비롯해 유홍(대금) 이승희(해금) 이태원(작곡) 등 20대 중반~30대 초반 젊은이들이 모여 창작곡과 더불어 전통음악 중 특히 가곡을 주로 연주하고 있다. 가곡은 시조시를 조촐한 편성의 기악 반주에 얹어 부르는 느리고 고상한 노래다.판소리나 사물놀이의 인기에 비해 가곡은 극소수만 찾는 음악이 되어버렸지만, 이들은 전통음악의 숨은 보석이 어둠 속에서 사라지게 되지 않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가곡을 연주하며 오늘의 음악으로 되살리려 애쓰고 있다.정가악회는 기존 국악 실내악단과는 확연히 다른 그들만의 색깔을 갖고 있다. 국악실내악의 필수악기처럼 되어버린 신디사이저를 쓰지 않고, 뉴에이지ㆍ크로스오버ㆍ퓨전 같은 요즘의 유행을 따르지도 않는다.그렇다고 고답적이거나 너무 어려워서 대중과 뚝 떨어진 음악을 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정가악회의 공연 ‘나무’는 재미있고 참신하면서도 진지하다는 평을 받으며 국악계의 화제가 되었다.
정가악회의 네 번째 정기연주회가 21~23일 오후 8시 서울 청담동 유씨어터에서 열린다. 고려가요 ‘서경별곡’을 다양한 국악기와 현악사중주, 그리고 판소리꾼의 목소리와 여창가객의 고운 속소리가 어우러지는 음악을 통해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풍년이 와도 즐겁지 않고 고단하기만 한 농부의 마음과 삶을 이야기하는 ‘풍년가 2004’는 강렬한 록 음악을 국악기로 소화하는 곡. 이밖에 하종오의 시에 이건용이 곡을 붙인 노래 ‘미아리’를 국악기로 편곡해 연주하고, 정가악회의 공동창작곡 ‘노 젓는 소리’를 선보인다. 여창가곡 중 ‘우락’과 ‘우조 시조’를 새롭게 편곡해 연주하고, 전해지는 바 그대로의 여창가곡과 시조도 들려준다. (02)762-081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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