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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호두 노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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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호두 노리개

입력
200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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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는 호두를 호두라고 부르지 않고 당추자(唐楸子)라고 불렀다. 호두의 사촌쯤 되는 가래 때문이었다. 가래는 호두보다 껍질이 더 단단하고, 생김새도 복숭아 씨처럼 길쭉하다.그것도 사람이 먹는 과일인데 그런 과일 이름을‘가래’라고 하는게 마땅치 않아 할아버지는 가래는‘추자’라고 부르고, 호두는‘당추자’라고 불렀다.어릴 때 우리 동네엔 호두보다 가래가 더 많았다. 그래서 굵은 호두를 보면 그것을 까먹을 생각보다 한 손에 두 개를 쥐고 빠드득 빠드득 돌리는‘호두 노리개’생각부터 먼저 했다.가래가 귀해진 것은 요즘 들어서다. 지금 내 책상서랍 속에는 10년 전부터 이따금 내 손 동무 노릇을 하는 가래 두 알이 있다.

며칠 전 아주 굵은 호두 한 봉지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유난히 큰 것 두쌍을 골라내 파인 골마다 송곳으로 일일이 껍질을 다듬고 들기름을 먹였다. 그랬더니 갈색으로 아주 반질반질 윤이 난다. 한 쌍은 아버지께 드리고, 또 한 쌍은 아이들 외할아버지께 드려야 할 것같다. 그러나 두 분 다 내 것보다 더 좋은 가래가 있어 며칠 돌려보다가 친구 분 주실 것 같다. 이거 정말 정성스럽게 만든 건데…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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