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카이저(61) 전 국무부 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인터넷판에 보도했다. 카이저 전 부차관보는 허가를 받지 않고 대만에 드나들며 비밀문서를 대만 정보요원들에게 건네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에게 직접 보고를 할 정도로 중국정책에 정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카이저는 지난해 9월 중국과 일본을 공식 방문했을 때 대만정보요원 1명을 만났다. 이를 수상히 여긴 FBI는 카이저를 미행하기 시작, 지난 7월31일 워싱턴의 한 레스토랑에서 대만정보요원 2명을 만나고 ‘US정부’라고 찍힌 문서를 건넨 것을 확인했다. FBI는 이후 9월4일 같은 장소에서 카이저가 ‘주요토론내용’(6쪽)이라고 적힌 문서를 건네는 것을 포착, 13일 그를 체포했다. 이 밖에 카이저는 지난해 5월 비공식적으로 대만을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대만과 외교관계가 수립돼 있지 않아 공식적인 경우라도 특별허가를 받지 않으면 방문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카이저는 “지난해 중국과 일본에 출장가면서 대만 타이베이에 들른 것은 순수한 관광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는 대만의 총통선거를 앞두고 독립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부시정부와 대만 간에 긴장이 고조된 상태였다. 중국이 대만독립을 막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부시 정부가 대만에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해 대만측이 반발했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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