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을 쟁점으로 한 대법원의 공개변론이 16일 오후 2시 전원합의부(주심 김용담 대법관) 심리로 열려 변호인과 검찰측의 열띤 공방이 벌어졌다.가혹행위나 협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에서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온 대법원이 판례를 바꿀 경우 예상되는 파장 만큼이나 이날 대법정은 20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다.공개변론 대상이 된 사건은 2001년 초 교통사고 후유증을 이유로 의사와 공모해 가짜 진단서를 발급 받아 보험금을 타냈다는 혐의로 기소된 주모(50)씨의 사기 사건. 1,2심 재판부는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주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주씨는 검찰에서의 진술을 법정에서 부인한 만큼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도 부인되어야 한다며 상고했다.
변론에 나선 김종훈 변호사는 "엄격함이 요구되는 증거능력 인정에서 검찰 진술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판례 변경을 요청했다. 특히 서명, 날인이란 형식적 진정성만 갖추면, 조사내용과 진술이 일치한다고 실질적 진정성을 추정하는 판례는 잘못이라고 했다. 이용훈 변호사도 "진술조서에 의존하는 조서재판주의는 재판관의 자유심증에 의해 재판을 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김호철 변호사는 "밀실에서 검사의 선입견으로 작성해 법원에 박제된 상태로 전달된 조서로 재판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파악에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수사ㆍ재판 관행은 일제시대 일본인 재판관의 편의에서 비롯된 잔재"라며 "지금의 판례는 나라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사법 발전에 질곡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주심 김용담 대법관은 "법률이론을 정치화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해 김태현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판례유지의 현실적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검사는 준사법기관으로서 경찰과 차이가 분명하며, 수사관행도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 근거로 "2001년 11월 국가인권위가 발족한 이후 올 상반기까지 검찰 가혹행위 등에 대한 진정 550건 중 2건만 고발ㆍ수사의뢰 됐고, 이와 관련한 국가상대 소송 6건 중 패소 사건은 없다"고 예를 들었다. 김 부장은 또 "판례가 바뀌면 수사기관의 손발이 묶여 인권보호와 함께 강조되어야 할 범죄인 처벌이라는 사법정의가 흔들린다"며 "뇌물, 조직폭력 사건은 진술이 아닌 증거수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또 "지연, 학연이 중시되고, 위증에 대한 죄의식이 낮은 우리사회에서 판례를 바꾸면 진술번복과 검찰업무의 폭증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측은 "그것은 추측에 불과하며, 업무가 늘어나면 경찰과 분담하면 되지않느냐"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양측 공방을 토대로 조만간 기존의 판례를 변경할 지를 판단,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판례가 변경돼 검사가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정될 경우, 검찰수사와 법원의 재판진행에 혁명적 변화가 불가피해진다.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근거 규정인 형사소송법 312조 1항에 대해 1995년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2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이 제기한 위헌제청 사건을 심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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