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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사소한 행복' 팍팍한 세상의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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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사소한 행복' 팍팍한 세상의 버팀목

입력
200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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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여자들에게 시장보기는 그래도 즐거움의 하나다. 턱없이 비싼 물가 탓에 들었다 놓았다 수십 번을 해 가며 겨우 물건 하나를 사는 짠순이 아줌마가 다 되었지만 이 시간을 기꺼이 즐긴다. 마음 맞는 사람이라도 동행하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돌아서면 바람결에 날아가 버릴 이야깃거리지만 수다는 역시 속을 풀어 주는 최고의 약이다.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빼 들고도 몇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 난 그 충만한 시간을 느끼며 즐기는 것이다.가족끼리 나와서 이것저것 살펴보며 식료품을 담는 모습에서 화목의 정도를 재 보기도 하고 장바구니의 부피에서 식성을 파악해 보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기도 한다. 기꺼이 따라 나서 주는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하나면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진다. 커져 버린 장바구니가 무거워서 한쪽 어깨가 올라갈 때면 든든한 짐꾼이 되어 주는 아들 녀석이 정말 대견하다.

사소하고도 작은 일에 기뻐하고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것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크고 작은 슬픔과 기쁨을 겪으면서 체득한 신념이었다. 또 조금만 돌아보면 나보다 더 불편하고 힘이 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남편은 옆에서 힘을 실어주고 아들은 리어카를 밀며 잔잔한 웃음으로 매장을 돌며 시장을 보는 한 가족을 보았다. 손과 발이 불편한 엄마 아빠를 대신해 함께 나선 아들의 어깨가 너무나 당당하고 믿음직스러워 실례를 무릅쓰고 가만가만 뒤를 따라가며 그 모습을 보았다.

은근히 우리 아이들도 그 가족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끼기를 기대하며 슬쩍 말을 건넸다. “저 아이 너무 예쁘지?” “응, 나랑 나이가 비슷한 것같은데 분위기가 아주 어른스럽네.” 뭔가 느끼긴 느꼈나 보다.

아직 욕심이 지나쳐 때론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 흰머리는 늘어가도 여러일들이 그저 감사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아무리 팍팍하고 바쁜 세상살이라 하지만 마음만이라도 편안하게, 될 수 있으면 단순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sanghi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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