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19세’라는 소설을 냈을 때였다.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던 한 소년의 일탈과 방황,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그리움을 내 오랜 추억 속에서 건져낸 소설이었다.책이 나온 다음 그 책 앞 페이지에 아이의 담임선생님의 이름을 쓰고 그 아래 내 사인을 해 아이에게 건넸다. 그때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군말없이 그것을 들고 학교로 가 선생님께 전하던 아이가 이번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제가 먼저 읽어 보고 갖다 드릴게요.”“왜?” “선생님께 드려도 될 책인지 아닌지 검사해 보고 드리려고요.”
그 아이가 책을 다 읽는 며칠동안 나는 마음속으로 안절부절못했다. 이 아이가 좋지 않다고 말하면 어떻게 하나, 작품 속엔 이제 막 성에 대해 눈떠가는 한 소년의 끝없는 호기심과 아슬아슬함도 그대로 담겨 있는데, 이것이 아이에게 그저 ‘야한 책’으로만 보여지는 건 아닐까.
내 아이가 어느새 소설가인 아빠의 작품까지 검열할 정도로 자란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글을 쓸 때마다 그 무서운 검열관을 의식하고 있다. 어떤 작품도 그것은 내 아이가 읽는 책이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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