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혼모들의 국내입양가정 체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혼모들의 국내입양가정 체험

입력
2004.09.16 00:00
0 0

“우리 아이도 다혜처럼 행복한 국내 가정에 입양시키고 싶어요.”임신 8개월째인 김모(18)양은 지난 주말 아주 특별한 여행을 했다. 전남 나주에 있는 미혼모복지시설 이화영아원측이 김양과 같은 미혼임신부와 미혼모 5명에게 국내 가정에 입양돼 건강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김양 일행이 처음 방문한 곳은 충남 홍성의 다혜(입양아 가명ㆍ6)양 집이었다. 김양은 그곳에서 다혜의 구김살 없는 밝은 표정과 화목한 집안 분위기를 목격하면서 한시름을 놓았다. 김양은 앞으로 2달후 태어날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큰 걱정을 해왔던 것이다. 외국에 입양하기는 더욱 내키지않았다.

다혜네에는 김양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인근 온양과 공주에서 온 입양 가족들과 아이들 10여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미 아이를 입양해 기르고 있거나 조만간 입양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부부들. 김양에게 마치 친정 언니나 오빠처럼 출산을 앞둔 산부의 주의점과 입양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 등을 꼼꼼히 일러줬다.

아이를 입양한 부부들은 그간 어떻게 아이를 대해 왔는지를 설명했고, 입양을 희망하는 부부들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아이를 맡아 기를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를 보고 들으면서 김양 일행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다혜의 양부모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다혜를 위해 집안 벽지를 황토벽지로 바꾸고, 음식도 유기농으로 골라 먹이는 등 정성을 쏟는 것을 보면서 김양은 국내 입양에 대해 점점 확신을 갖게 됐다.

김양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사귀던 남자친구와 실수로 아이를 갖게 된 후 아이를 지울까, 차라리 같이 죽을까 많이 고민도 했었다”며 “하지만 양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구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출산후 입양을 시키더라도 조금이나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양 일행은 다음날 서산 당진 등의 입양가정도 들렀다. 서산의 한 가정을 방문했을 때에는 영아원 측의 연락을 받고 서울에서 내려온 혜림(가명)이의 양부모가 혜림이 생모인 양모(26)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씨는 지난 8월 생후 3개월 된 혜림(가명)이를 입양시킨 뒤 한달만에 다시 만난 것. 양씨는 “혜림이를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혜림이를 아껴주는 양부모들에게 미안해 울음을 꾹 참았다”며 “처음에는 해외입양을 생각했는데 국내 가정으로 입양시켜 이렇게 가까이서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고 소식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화영아원 강은숙(42ㆍ여) 원장은 “지난해 말 미혼모와 입양가정의 교류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국내 입양 건수가 2배 이상 늘었다”며 “국내 입양의 장려를 위해서라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아이들도 성인이 된 후 입양 사실을 뒤늦게 알고 충격받는 것보다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알고 자라는 편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