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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처벌 강화 윤락녀 속속 이탈/홍등가 불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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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처벌 강화 윤락녀 속속 이탈/홍등가 불꺼지나

입력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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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성매매 특별법 시행(23일)을 일주일여 앞둔 14일 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속칭 588. 법이 시행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손님이 뚝 끊겨 북적거리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다. 10여명의 호객꾼들이 골목 입구에 서서 30여분째 지나는 행인들에게 “현금 6만원”을 속삭였지만 선뜻 따라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골목 안쪽에는 두 집 건너 한집 꼴로 불이 꺼져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가게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아가씨들은 연신 담배만 피워 물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 대구 자갈마당, 부산 완월동 등 대표적 집창촌들이 사향길로 접어들었다. 성매매 알선과 강요, 유인 등 성매매 관련자들에 대해 처벌이 강화되기 때문이다.또 여성 종사자들이 통상 고용 직전에 받는 선불금에 대한 채무이행 의무가 없어져 선불금을 빌미로 여성을 잡아두는 것도 어려워진다.

청량리 588에서 6년째 영업 중이라는 업주 서모(64ㆍ여)씨는 “붙잡히면 끌려간다는데 누가 남아있겠냐”며 “올해 초부터 하나 둘 문을 닫아 이제는 140여개 중 3분의 2 정도만 남아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남아있는 집들도 선불금을 무효로 규정한 법 때문에 종업원들을 붙잡아 두지 못해 문을 못 여는 날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주 박모(39ㆍ여)씨는 “조만간 정식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안마시술소나 단란주점으로 업태를 변경할 생각”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구 자갈마당도 비슷한 분위기. 대구 중구보건소에 따르면 최근 자갈마당에서 영업 중인 업소는 50여곳으로 올해 초보다 10여곳이 줄었고 종사자들도 350명 정도로 100명 가까이 이곳을 떠났다.한 업주는 “최근 업주들이 대책회의를 열어 선불금 대신 일당제를 도입키로 했지만 윤락여성들을 붙잡아놓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창촌들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인근 상권의 경기도 완전히 바닥을 기고 있다. 청량리 588과 미아리 텍사스 인근의 경우 옷가게와 약국, 금은방 점포들이 속속 폐업하고 있다. 대구 자갈마당 부근의 대구은행 달성동지점은 거래고객 감소로 7월23일 36년만에 신동지점으로 통폐합됐다.

이런 가운데 집창촌을 떠난 업주와 여성 종사자들이 상가나 주택가로 침투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대구경찰청 엄용흠 생활안전과장은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등은 물론 카페나 직업소개소 등으로 위장해 주택가를 파고들 가능성이 있어 단속의 고삐도 바짝 죌 것”이라고 말했다.경찰은 새 법 시행과 함께 한 달 간을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해 성매매 행위에 대해 일제단속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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