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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산의 신음이 그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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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산의 신음이 그치는 날까지

입력
200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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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을 다니며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스님이 어느 날,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 산의 신음소리를 듣고 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침묵의 시위를 시작했다.사람이 단식을 40일 이상하면 몸에 축적되어 있던 모든 영양분들을 다 소비하고 내부 장기를 연소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죽어가는 것이다. 그런 단식을 세차례나 거듭하였다. 대선 당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사항이 전면 백지화되었기 때문이다. 58일간의 단식을 하며 지율스님이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천정산’을 살리기 위한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이다.한 수행자의 단식으로 인해 국책사업이 차질을 빚고, 그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무려 20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는데 현대를 지배하는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로 따지면 당연히 이 사업은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저토록 처절한 몸부림이 과연 무엇을 위한 몸짓인지 정부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된다. 북한산 관통터널, 새만금 방조제 등 일련의 사업에서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작은 에너지의 흐름이 세상을 반드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각계각층의 성직자들과 환경단체의 뜻있는 이들이 청와대까지 강행했던 삼보일배의 행렬은 또 다시 이어져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을 발족하고 전국도보순례에 나섰다. 생명위기의 시대에 누가 이기고 지느냐, 국책사업이 중단되느냐 강행되느냐의 문제가 아닌 진정으로 생명이 살아야 할 자리에서 숨쉬고,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가자는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임성윤ㆍ원불교 안강교당 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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