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행위를 전제로 업주한테서 받은 선불금은 민법상 ‘불법 원인에 의한 채무’라서 갚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 달 선불금을 갚지 않아 사기죄로 기소된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대법원 2부(주심 유지담 대법관)는 15일 유흥업주 배모(62ㆍ여)씨가 종업원 김모(45ㆍ여)씨를 상대로 낸 가불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량한 풍속에 위반되는 윤락을 하도록 권유ㆍ유인ㆍ알선 또는 강요하는 자가 윤락 행위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무효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윤락행위자를 고용ㆍ모집하거나, 그 직업을 소개ㆍ알선하는 과정에서 성매매 유인ㆍ강요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선불금이나 다른 재산상의 이익은 불법 원인에 의한 급여에 해당돼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김씨에게 윤락을 강요하고, 김씨 가족에게서 500만원을 편취해 정신적 고통을 끼친 배씨는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른바 ‘방석집’을 운영하는 배씨는 재작년 1월 김씨를 고용하면서 선불금 1,600만원을 주고 이를 월급 140만원으로 매달 차감하기로 했으나, 김씨가 12일만에 경찰에 공무집행방해죄로 검거되자 소송을 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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