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핵 물질 관리를 바라보는 국제적 시선이 여간 따가운 게 아니다. 평균적 외국인이라면 남북한을 가리지 않고 한반도 전체에 의혹의 눈길을 던질 만하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모하메드 알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밝힌 ‘심각한 우려’도 일반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보다는 훨씬 심각하게 들린다.0.25g의 우라늄 농축 실험에서 비롯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진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이다. 어쩌면 IAEA와 약속이나 한 듯 꼭 한 걸음씩 늦게, 다음날이면 바로 터질 일을 가린 채 그날 그날의 해명에만 급급했을까. 그 배짱이 궁금하고, 그 무감각에 화가 치민다.
이유는 있을 수 있다. 과학기술부의 국제감각이나 외교통상부의 과학기술감각의 결여, 청와대의 통합ㆍ조정 기능의 문제점까지 드러난 마당이다. 자초지종과 인과관계를 따지는 일도 오류의 반복을 피하는 데 필요하겠지만,당장은 현실을 직시하고 국제기준에 행동 양식을 맞춰 나가는 것이 급하다.
19일부터 시작될 IAEA의 본사찰은 그 동안의 예비사찰과는 크게 다를 것이다. 오래 전의 실험이어서 관련 기록이 많이 사라졌고, 관련자들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는 등의 흐리멍덩한 설명으론 안 된다.관련 자료와 관련자 증언을 최대한 확보하고, 소량이라지만 ‘사라진 핵 물질’의 경로 추적에도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사태가 평화적 핵 물질 이용의 자주권에 대한 논의를 자극하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그런 논의에 매달리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여년 간 쌓아 온 핵 신뢰성을 한꺼번에 날린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잃어버린 시간이 뼈아프지만 투명한 핵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심화 등 얻을 것도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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