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회를 담은 텍스트가 적지 않지만 여전히 ‘북한’에 대한 갈증이 가시지 않는 것은 닫힌 공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그 호기심은 문(門)의 통제가 지속되는 한 계속된다는 점에서 원초적이다. 다만 장님 코끼리 만지듯 두루 만지고, 더듬어 볼 따름이다.‘프랑스 만화가의 좌충우돌 평양 여행기’라는 부제를 단 ‘평양’(문학세계사 발행)이라는 만화가 나왔다.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서방 작가가 두 달간 겪고 보고 느낀 평양(북한)사회의 사소한 일상 뿐 아니라, 그이면이 비교적 객관적으로 묘사된 듯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평양을 기존의 서방언론들이 묘사한 것처럼 ‘유령의 도시’가 아닌, 모든 것이 체계화하고 정돈되고 청소된 ‘무균의 도시’라고 했다. 다만, 그 무균성을 이룩하고 유지하는 시스템으로서의 ‘전체주의’도 부정하지 않는다.
공항 입국장에서 받은 꽃다발이 자신을 환영하는 증표가 아니라, ‘김일성동상에 헌화할 물건’이더라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하는 그의 평양 체류기는 부제처럼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진지하게 이어진다. 자신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도와주는 평양 근로자들에게 ‘일어나, 일어나…권리를 찾아라! 투쟁을 멈추지 말아라…’는 영어 가사의 레게음악을 들려주는 대목은 잔 웃음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그는 평양을 떠나기 전날 호텔방에서 대동강변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혼잣말 한다. “날아라, 날아…, 조금만 더…” 그 서방 이방인의 염원은 우리 모두를 향한 것일지 모른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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