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주식백지신탁제의 虛와 實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주식백지신탁제의 虛와 實

입력
2004.09.16 00:00
0 0

고위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회에서 본격 심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공직자의 재정적 이해 충돌, 특히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의 보유와 거래는 사익과 공익 간의 충돌을 야기함으로써 부패를 발생시키거나 불공정한 직무 수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지금까지 이를 규제할 마땅한 제도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그간 시민단체를 비롯한 여야 국회의원들이 백지신탁제도의 도입을 주장해 왔다. 차제에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백지신탁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 동안 정부는 1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경우 모든 보유 주식과 직무 간에 명백한 업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이를 별도로 판단하지 않고 모두 백지신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그런데 공식적인 정부안을 통해 직무관련성을 기준으로 해서 백지신탁 여부를 결정하도록 입장을 바꾼 것은 제도의 취지를 올바로 이해한 조치로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공ㆍ사익의 충돌을 직무관련성의 잣대로 정리하자는 것이 바로 백지신탁제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굳이 1급 이상 공직자만을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제한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비록 1급 이하라 하더라도 금융감독기관에 종사하거나 경제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공직자의 경우주식과 직무 간에 명백한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정부안은 백지신탁 의무자의 범위를 재산 공개 대상자로 제한함으로써 비공개 대상자의 직무 관련 주식 보유를 규제할 수 없는 등 법 적용에 있어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관련 정책 결정에서 관련 공직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정책 결정의 공정성 시비를 불러온 것이라든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정보화촉진기금 관련 비리에서처럼 주요 핵심 정책 집행자들을 백지신탁대상에서 고려하지 않는 것은 또 하나의 핵심적인 사항을 비켜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의 개정안은 공직자의 이해 충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주식백지신탁제도는 주식에 한정된 재정적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여타의 다른 재산 혹은 직무상 발생하는 이해충돌에 대해서는 이를 규제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개정안에서는 공직자의 재정적, 비재정적 이해 충돌을 방지할 일반 규정을 마련하는 가운데 만약 이해 충돌이 발생할 경우 직위 사퇴, 재산 매각, 백지신탁 등의 이해 충돌 해소 방법을 포괄했어야 했다.

정부에서는 신탁의 대상이 되는 재산 가액을 3,000만 원에서 1억 원까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경우는 1,000 달러 이상의 재산을 신고토록 하고 있는 이유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놔두고 별도의 직무 관련 여부를 심의할 기구를 두려는 것은 기구를 남설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등록대상자 모두의 재산과 직무 사이의 이해 충돌여부에 대한 심사업무를 맡도록 하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대해 권한과 역할, 더 나아가 전문성과 공정성의 부재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 오히려 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강화하는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회의 심의에서는 새로 도입하고자 하는 제도의 지향점과 제도의 허와 실을 차분하게 따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성남 방송대 행정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