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도발적 감독이다. 동성애자와 성의 경계선에 서 있는 사람을 거리낌없이 스크린으로 불러모으고, 죽음과 삶의 부조리를 기괴한 유머로 버무리는 그는 객석을 사뭇 당혹스럽게 한다.독창적이고 자유분방한 영화언어를 보여온 그는 또한 인간 심리의 뛰어 난해부학자다. 올해 칸영화제 개막작인 ‘나쁜 교육’은 그가 한길 사람 속을 파고 들어간 욕망에 대한 보고서다.
어느날 영화 감독 엔리케에게 어린시절 신학교 친구 이나시오가 배우가 되어 찾아온다. 앙겔로 불러달라며 이나시오는 ‘방문객’이라는 시나리오를 건네준다. 엔리케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매우 특별한 관계였던 이나시오와의 학창시절 추억속에 빠져들며 마놀라 신부의 ‘나쁜 교육’을 회상한다. 사실과 허구가 뒤섞인 시나리오에 매료된 엔리케는 영화화를 결정하나 주인공을 고집하는 이나시오와 심하게 다투게 되고, 그의 고향 집을 방문하고서 진짜 이나시오는 오래 전 죽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나시오에게 후안이라는 배우지망 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쁜 교육’은 욕망에 휩싸인 네 남자의 파멸을 그렸다. 엔리케와 앙겔의 16년만의 재회와 앙겔의 시나리오에 담긴 허구, 앙겔의 정체와 이나시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서로 살을 섞으며 한발짝씩 파국을 향해 다가선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이 무엇 때문에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나를 추적한다. 감독은 절제보다는 금기를 가르친 프랑코 정권치하의 학교가 ‘나쁜 교육’을 행했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억압적 체제가 무너지자 짓눌렸던 욕망이 꿈틀 되었고 네 명의 남자는 불나방처럼 그 속에 몸을 던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알모도바르는 멜로와 필름 느와르 요소를 교차 시키면서 금기를 깨서라도 끌어안고픈 아름다움과 그 아찔함을 화면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의 지난 영화처럼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사랑의 권력관계도 깔끔하게 필름에 담아냈다. 17일 개봉. 18세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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