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은 야구 경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승부를 뒤집은 구원투수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최근 중국 진출 성사 등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하이닉스 반도체의 우의제(60ㆍ사진) 사장은 “죽기 살기식 게임에서 기적처럼 살아났다”고 말했다.2001년 9월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상태에 들어갔던 하이닉스에서 2002년 7월부터 사장을 맡아 구원투수 역할을 해온 우 사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우 사장이 언론과 만나 입을 열기는 사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자금 부족에 이어 미국, 유럽의 상계관세 공세 등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였던 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내는 등 흑자기조로 돌아섰고 최근 ST마이크로와의 합작을 통해 중국 진출에 성공, 재기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재기의 원동력에 대해 “경쟁사가 1조원을 투자한 설비를 2,000억원에 만들어 내는 등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연구원 등 임직원의 피땀어린 노력과 앞선 기술력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치열한 기술 및 투자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부활은 기적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첨단 300㎜ 웨이퍼 라인을 건립하는 중국 진출이 기술유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서는 “핵심인력이 빠져나가지 않으면 기술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토지와 건물을 빌리고 생산인력을 고용하는 것 뿐이며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설계 등 핵심 공정은 한국에서 계속 이뤄질 것”이라며 “중국 진출로 국가에 절대 누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유럽에서 상계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최근 일본에서도 관세부과 움직임이 있는 것에 대해 그는 “경쟁 업체들의 ‘하이닉스 죽이기’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상계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우 사장은 또 “비메모리 매각과 관련한 매수청구 초과분에 대해 씨티벤처캐피탈측과 50대 50으로 분담키로 했으며 중국의 300㎜ 웨이퍼 공장에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투자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천호 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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