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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EO들 캐피탈그룹에 '면접시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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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CEO들 캐피탈그룹에 '면접시험' 봤다

입력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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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호텔측이 고용한 건장한 체격의 경비 요원 6~7명이 현관에서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원천 봉쇄했다. 출입이 허용된 이는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 뿐. 오전 8시50분 최영휘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시작으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기라성 같은 CEO들이 1~2시간 간격으로 차례로 호텔을 찾았다. 기업설명회(IR)이기도 한 동시에 어찌 보면 일종의 '면접 시험'이기도 했다.면접관은 이들 기업의 대주주인 미국계 초대형 투자자 캐피탈그룹. 캐피탈그룹은 전세계에서 약 8,000억 달러의 투자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큰 손'. 국내 주식시장에도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31개 주요 기업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외국인 대주주다.

"한국 노조가 강성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한과 조흥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겠습니까." "최근 한국에서 신용카드 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돌파 전략이 있습니까."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영빈관 루비룸에서 시작된 캐피탈그룹 인사들의 신한지주 최 사장에 대한 면담. 가벼운 환담이 오가고 최 사장의 기업설명(IR)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캐피탈측 인사들이 한국의 노조 문제를 비롯해 현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투자 회사에 대한 관심이 상당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최 사장은 이날 면담을 마치고 곧 바로 캐피탈그룹과의 일정 때문에 지연됐던 미국 장기 출장 길에 올랐다.

두 번째 미팅 대상 회사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IR 담당 주우식 전무 등 2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팅은 시종일관 열띤 분위기였다. 당초 1시간 가량의 미팅이 예정됐지만 뜻하지 않은 난상토론으로 30분 가량 더 연장됐다.

윤 부회장과 주 전무는 이날 면담에서 캐피탈그룹 측에 보유현금 운용 방안, 인재 확보 방안,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가치 극대화 방안, 지배구조 개선 노력 작업 등에 대해 집중 설명했고 캐피탈그룹은 미국 증시의 조기 상장을 요청했다.

캐피탈그룹 측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과 미래 수종사업. 현재 반도체, 휴대폰, 액정표시장치(LCD) 등 '3대 캐시카우(Cashcow)'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인 것. 윤 부회장은 미래 전략 등에 대해 CEO로서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고, 캐피탈그룹 측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주 전무는 "면담에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역시 '삼성답다'는 호평이 나왔다"고 전했다.

오후에는 SK 최태원 회장, 현대자동차 김동진 부회장이 차례로 면담했다. 캐피탈그룹 측은 SK의 지배구조에 높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석유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최 회장은 면담 직후 "캐피탈측의 질문은 대부분 석유사업에 관한 것이었다"며 "향후 투자계획과 위험 요인 등에 대해서도 질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캐피탈그룹은 70년이 넘는 역사에 운용 자산 규모가 8,000억달러(920조원)에 이르는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 국내에서도 증시의 큰 손으로 자리잡으며 5% 이상 주식을 가진 상장기업만 31개에 달하면서 갈수록 위세를 뽐내고 있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캐피탈그룹이 이처럼 국내 투자자 CEO들을 불러 면담을 하는 것은 일종의 세력 과시로 볼 수 있다"며 "장기 투자를 하되 경영 개입은 그다지 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기업 CEO들로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박천호 기자 toto@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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