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연구재단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16일부터 여는 국제학술회의에 중국의 대표적인 고구려 연구자들이 참석해 ‘고구려사는 중국사’라고 주장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고구려사 문제가 한ㆍ중 갈등으로 불거진 이후, 중국 학자가 국내 학술대회에서 동북공정의 논리를 직접 발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고구려연구재단은 16,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여는 제1회 국제학술회의에 중국의 고구려사 전문가인 쑨진지(孫進己ㆍ73) 선양(瀋陽)동아연구중심 주임과 그의 딸인 쑨홍(孫泓ㆍ34) 연구원이 참석해 발표한다고 밝혔다. 1980년대 초반부터 ‘다민족통일국가론’을 제창하며 일관되게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주장해 온 孫 주임은 올 3월과 6월에 국내 고구려 학술대회에 초청됐지만 발표문만 보내고 방한하지 않았다.
‘한국사 속의 고구려 위상’을 큰 주제로 한 이번 학술회의에서 孫 주임은 첫날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 기조강연에 이어 첫 발표자로 나서‘동북아 각국의 고구려 영토ㆍ백성ㆍ문화에 대한 계승’을 제목으로 고구려가 중국에 귀속됐다는 논리를 펼 예정이다.미리 공개된 발표문에 따르면 孫 주임은 “고구려의 귀속은 당시 고구려가 정치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었는가 그리고 고구려의 영토, 백성, 문화를 지금 어느 국가가 계승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전제하면서 “고구려는 영토의 3분의 2가 중국 영토 안에 포함되어 있고 인구의 4분의 3이 중원으로 이주했다”며 고구려사의 중국사 편입을 주장한다.
또 쑨홍 연구원은 ‘고구려와 동북아시아의 여러나라와 민족간의 관계’라는 발표문에서 “고구려 문화의 중심은 한(漢) 문화였고, 고구려 민족은 4세기 이전에는 한국민족에 속하지 않았으므로, 고구려가 조선반도 북부를 차지한 것은 중국이 식민정권을 건립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발표내용에 대해 임기환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실장과 서영수 단국대 교수가 각각 토론자로 나서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어서 격론이 예상된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이밖에도 박용운 고려대 교수와 재중동포학자인 방학봉 옌볜대 교수, 미국의 미화 스티븐슨(캔자스대) 존 던컨(UCLA) 교수, 일본 자하현립대 다나카 도시아키 교수, 몽골 과학아카데미 오 바트사이한 박사, 러시아과학원 극동지원 역사고고민속학연구소 예브게니아 겔만 박사, 호주 시드니대 판카이 모함 교수 등이 발표한다. 특히 몽골의 바트사이한 박사는 ‘중국 역사학자들의 몽골사 왜곡에 대하여’를 주제로 중국이 몽골역사를 어떻게 왜곡했는지 소개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도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의 조희승 실장과 강세권, 최승택 연구사, 김유철 김일성종합대 교수 등 4명이 고구려 관련 연구논문을 보내왔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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