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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감독상 김기덕감독 귀국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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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감독상 김기덕감독 귀국회견

입력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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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동물농장 차려야겠습니다.”영화 ‘빈집’으로 제61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베네치아 61’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14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표범, 곰에 사자까지 데리고 왔습니다”라고 유머를 던졌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2003년)으로 로카르노 영화제의 표범 트로피를,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는 ‘사마리아’로 곰 트로피를, 베니스에서는 사자 트로피까지 거머쥔 자신의 연이은 수상에 대한 재미 있는 표현이었다.

시상식 시작 5분 전,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회는 김 감독에게 “본상 중 하나를 타게 될 테니 준비하라”는 귀띔을 주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 속으로 “상을 받으면 영화계 대선배인 임권택 감독에게 예의를 표해야겠다”마음 먹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심사위원대상이 발표되고 최고상인 황금사자상만 남을 때까지도 자신의 이름은 들리지 않았다. 사회자가 감독상-심사위원대상-황금 사자상으로 이어지는 시상 순서를 잊고 감독상에 앞서 심사위원대상을 호명한 것이었다. “사실 그 때 아주 잠깐, 한 1분 동안 ‘바로 내가 황금사자상?’이라는 염치없는 생각을 했죠.”

기자회견 내내 김 감독은 ‘오해’와 ‘불신’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해외영화제 수상과 해외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는 ‘가학적이고 폭력적’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그 역시 늘 이단아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인정 받기보다는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는 말로 그는 비판에 대해 오히려 감사를 전했다. “제 영화가 가학적이라는 말, 일리 있습니다. 저를 비난하는 여성학자들이 편협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고맙습니다. 사회의 윤리의식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니 당연한 것입니다. 단, 저의 임무는 세상의 이면과 표면을 동시에 밝혀 내는 것입니다.”

감독상보다도 비경쟁부문에서 받은 ‘미래 비평가상’이 더 반갑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 비평가상은 이탈리아 전역에서 선발된 26명의 고교생 비평가들이 주는 상이다. “미래의 평론가들이 제 영화를 좋아해 줘서 반갑습니다. 많은 이들은 내 영화가 혐오스럽고 불쾌하다고 말하는데,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열린 것 같아 매우 흐뭇합니다.”

잇단 영화제 수상의 이유에 대해 그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했다는 말로 대신했다.“스토리가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니라, 이미지로 끌고 가는 것이 ‘빈 집’의 장점이라더군요.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 있는 그런 이야기가 저는 좋습니다.”

이 영화를 본 이들이 꼽은 명장면은 대체로 일치한다. 감옥에 갇힌 태식이, 시상식에서 김 감독이 펼쳐 보인 것과 같은 눈 그림을 손바닥에 그리고 유령연습을 하는 장면. 그리고 종반 남편의 품에 안긴 채 여주인공이 남편의 어깨 너머로 목을 뻗어 태식과 입을 맞추는 장면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의외로, 초반 허공을 향해 골프공을 뻥뻥 날리는 장면을 꼽았다. “마치, 아름다운 꿈을 향해 달리지만 결국 닿지 못하고 떨어지는 듯한, 그 장면이 좋더라구요.”

그 역시 많은 꿈을 꾸었을 것이다. 첫 영화 때는 “관객이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받았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 꿈들은 어디 갔는지, 모두 사라져 버렸다”고 했지만 “꿈 꾸던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라는 말로 소감을 마무리 했다.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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