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 등으로 만성적인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 선박용 후판 가격을 놓고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철강업체들이 국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후판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자 조선업계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14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톤당 45만5,000원이던 후판 가격을 올들어 5차례 인상, 현재 지난해 연말 대비 50% 이상 인상된 71만5,000원(기준가 기준)에 공급하고 있다. 포스코도 지난해 말 톤당 40만원이던 후판 가격을 올들어 두 차례 인상, 현재 53만5,000원(33.7%인상)을 받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 후판을 공급하는 일본 철강업체들도 덩달아 "동국제강의 가격과 맞춰 달라"며 지난해말 톤당 340달러(39만1,000원)였던 가격을 지난달 톤당 600달러로 인상했다. 1년 사이 76%나 인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는 "국내 업체가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일본 철강업체까지 가격을 올려 조선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며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공업협회는 국내 가격 인상을 이끈 동국제강에 대해 "공생 관계에 있는 철강업체가 단기 수익에만 급급,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항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조선업계는 "포스코도 조만간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박건조에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의 절반을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오르면 수주를 많이 할수록 수익성이 악화하는 기현상이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후판 가격 인상에 따라 올들어 현대중공업의 경우 연간 2,030억원, 1,595억원, 대우조선해양 1,16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동국제강 관계자는 "후판 가격 인상은 후판 재료인 슬래브의 국제가격이 올라 불가피한 조치며, 현재 손해를 감수하고도 수출을 중단한 채 국내 조선업체에 공급하고 있다"며 "조선업계는 저가 수주 등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의 책임을 철강업체에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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