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유전자 재조합 작물 상업화가 시작된 이후 지난 8년간 전세계적으로 농업생명공학 산업은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세계의 유전자 재조합 작물 재배면적은 96년 170만㏊에서 2003년 6,770만㏊로 40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전문가들은 2010년이면 세계 농산물 시장의 85%가 유전자 재조합 작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의 작물 생산 비율은 세계에서 0.5%를 차지하며 이는 연간 15조원에 해당한다. 만약 우리가 경쟁력 있는 작물에 대한 기술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 식탁은 외국의 손에 내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 개발은 수동적으로 우리의 기술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데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우리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향후 10년간 새로운 유용한 유전자를 500개 이상 발굴하고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 8년간 유럽은 미국과 달리 유전자 재조합 작물 산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이는 유럽연합(EU)의 농업생명공학 산업 성장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유전자 재조합 작물 및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회의적인 시각 때문에 EU는 관련 산업에서 수입과 고용기회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우수한 과학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은 유전자 재조합 작물로 경제적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수확량 증가, 농약 사용 감소로 인한 비용절감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로 현재 미국의 생명공학 부문 종사자는 16만2,000여 명이나 된다. 생명공학 산업에 투자되는 연구개발비도 14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가식량농업정책센터(NCFAPㆍNational Center for Food & Agricultural Policy)는 2002년 발표한 자료에서 상업화 승인을 받아 재배 중인 유전자 재조합 작물로 인해 미국 전체 작물 수확량은 약 180만 톤 증가했으며 경제적 혜택은 연 평균 15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정부와 민간 부문의 활발한 지원과 투자는 앞으로도 농업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의 독보적인 위치를 확고히 다져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국가들도 유전자 재조합 작물 시장에 앞 다퉈 뛰어들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이미 수만 ㎢에 달하는 유전자 재조합 면화를 재배하고 있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도 민간, 국영 연구소의 유전자 재조합 작물연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수도 콸라룸푸르 외곽에 생명공학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바이오 밸리’를 세우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의 농업생명공학기술은 유전자 재조합 작물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에 밀려 상당히 지연되었다.
농업생명공학은 식량난 해결과 고용 창출, 비용 절감, 기술력 수출을 통해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창출하는 미래산업이며, 따라서 관련 산업 개발을 위한 국가적인 차원의 투자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많은 소비자들은 농업생명공학이 우리 미래에 끼치는 이득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불안감과 불신을 가지고 배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과학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 재조합 작물 및 농업생명공학의 올바른 국민 인식 개혁을 통해 농업생명공학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최양도 서울대 교수 농생명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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