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복장을 한 이혼남이 삼엄한 경비로 소문난 런던 버킹검궁을 침입, 궁 발코니에서 애틋한 시위를 펼쳐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영국 국왕의 공식 거처인 버킹검궁이 뚫리자 경찰은 발칵 뒤집어졌고, 영국인들은 자녀를 만날 수 없는 이혼남들의 처량한 처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부권 옹호 단체인 ‘파더스 포 저스티스’(Fathers 4 Justice)의 회원 제이슨 해치(33)는 13일 배트맨 복장을 한 채 국빈만이 들어갈 수 있는 버킹엄궁 오른쪽 발코니에 올라 “아버지도 어머니와 같이 자녀를 돌볼 권리가 있다”고 절규한 뒤 경찰에 체포됐다.
해치는 회원들이 궁 정문 앞에서 시위하는 도중 뒤쪽으로 돌아가 담을 넘고 사다리를 이용해 발코니로 올라갔고, 이 과정에서 ‘로빈’ 복장을 한 다른 이혼남은 체포되는 ‘불운’을 겪었다.
‘파더스 포 저스티스’는 최근 30년간 아버지의 친권이 허물어져온 사실을 강조하면서 모권과 동등한 부권 보장을 요구해왔고, 특히 이혼남들의 자녀면접권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이혼한 부인이 전 남편의 자녀 면접을 거부하면 이를 제지할 별다른 법적 장치가 없으며, 그래서 이혼남의 80%는 이혼 후 2년 이내에 자녀를 마음대로 만나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 단체 회원들은 스파이더맨 복장으로 시위를 벌이거나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분말을 뿌리는 등의 이색 시위를 꾸준히 감행해왔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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