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이 최근 고속철도(KTX) 이용률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현재의 운임을 새마을호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국일보 8월 31일자 보도). 고품질의 서비스와 그에 상응하는 가격정책을 통해 국내 최정상의 ‘꿈의 열차’를 표방하던 KTX가 상업운행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박리다매식 경영방침을 택한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의 새마을, 무궁화호 등의 열차 운임이나 운행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필자는 이용객의 입장에서 KTX가 왜 인기가 없는지를 필자의 ‘시승기’를 통해 지적하고 싶다.프랑스 고속철(TGV) 파리-리옹 구간과 일본 신칸센 도쿄-오사카 구간을 탑승해 본 경험에 비추어 비교적 관점에서 KTX의 서비스 개선에 일조해 보자는 뜻에서 시승 소감을 몇 자 적는다.
지난 4월말 이용한 서울-익산간 KTX 일반실은 우선 실내가 협소하다는 인상과 함께 복도가 상당히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 휠체어에 탄 채로 기차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철도청 홍보와는 달리 장애인들의 이용에 불편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므로 열차용 특수 제작 휠체어를 비치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행 중 제일 불편했던 것은 역시 객실 좌석이었다. 고속철 일반실 좌석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의자가 뒤로 젖혀지는’ 공간 확장식 개념이 아닌, 앉은 자리에서 자세를 바꿔주는 ‘자세교정형’의자였던 것이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무슨 의료용 기구를 승객 한 사람씩 배정받은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게다가 너무 촘촘히 좌석을 배치해 쾌적함과는 거리가 멀다. 좌석간 거리(간격)는 확실히 테제베나 신칸센보다 좁았다. 좌석의 안락함은 신칸센이 제일 좋고 다음이 테제베이며 KTX 좌석은 분명 새마을호보다도 못했다. 무궁화호는 타본 경험이 별로 없어 모르지만 다수의 KTX탑승객들이 무궁화호 좌석이 훨씬 더 편하고 안락하다고 하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고 또 세계에서 다섯 번째의 고속철 도입 국가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도 결국 우리 국민 모두의 피와 땀의 결실일진대 왜 우리가 그런 정도의 서비스밖에 받지 못해야 하는가 자문하게 된다. 고속철의 불편한 좌석 문제는 어떠한 이유와 명분으로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비용이 들더라도 하루 속히 정상적인 좌석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열차 객실 내 좌석 배열방식에 관한 것이다. 차량의 중간을 기준으로 가운데 좁은 탁자 같은 것을 하나 놓아두고 획일적으로 좌석을 마주보게 함으로써 절반의 승객은 열차가 달리는 반대방향으로 앉아 가게 만든것도 문제이다. 역방향 좌석에 앉은 승객들의 구토나 어지럼증 등의 불편 호소를 개인의 특이 체질로만 치부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열차 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와의 계약에 따라 단기간 내에 좌석 개조가 어렵다고 하나 철도 당국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마땅하다.
열차 일반실 내의 TV는 이어폰도 갖추어져 있지 않아 마치 변사 없는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자막이 제공되는 서울 시내 지하철의 LCD TV수준으로 바꾸거나 당장 이어폰 공급이 어렵다면 화면에 자막으로 처리한 녹화물이라도 내보내는 것이 도리이다.
또한 좌석 위에 위치한 선반의 알루미늄 도금이 거울 같이 밝아서 앞뒤 승객의 거동이 비쳐지는 등 프라이버시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바 개선책이 나와야 하며 식당칸 부재로 인한 불편은 간이매점 등의 설치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없나 생각해 본다.
요컨대, 철도 여행시 시간이 단축됐으니 다른 모든 불편은 감수하라거나 양질의 서비스 대신 가격할인으로 대리 만족하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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