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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우라늄 150㎏ 생산 파문/IAEA "한국 核개발 의도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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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우라늄 150㎏ 생산 파문/IAEA "한국 核개발 의도 없었나"

입력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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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시작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우리나라가 금속 우라늄 150㎏을 생산한 사실이 새로 드러나면서 핵물질 실험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 거듭될 때마다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는 형국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우라늄 농축 실험의 한단계로 IAEA사찰과정에서 보고한 사항"이라고 밝혔지만, 국제사회는 핵개발 계획의 한 단계라며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금속 우라늄의 실체는

왜 금속우라늄을 생산했는지에 대해서조차 설명이 충분치 않다. IAEA가 금속 우라늄 생산을 문제삼고 나오자 14일 과학기술부는 "핵연료 국산화 연구과정에서 생산됐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의를 제기했다. 지금이나 당시나 핵연료는 대부분 분말 형태인 이산화우라늄이 사용되며 금속우라늄은 사용된 적이 없다고 한다.

금속연료는 연구용 원자로인 공릉동 소재 '트리가마크' 원자로에서만 사용됐는데 그것도 우라늄과 알루미늄, 수소가 혼합된 형태였다. 따라서 핵연료 국산화를 위해 금속 우라늄을 생산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장인순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물보다 비중이 19배나 커서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금속우라늄을 이용해 방사선 차폐용기 제작 실험을 했다는 것. 또 당시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금속우라늄을 녹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슬러그 등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상당량이 손실됐다고 장 소장은 덧붙였다.

그러나 IAEA 등 국제사회는 원자력연구소가 이렇게 생산된 금속 우라늄의 일부(3.5㎏)를 이용해 우라늄 농축실험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이 전두환 정권시절부터 한국이 핵개발을 추진했다고 보도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AEA 후속조치는

정부는 금속 우라늄의 생산이나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추출실험 모두 신고 누락이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핵물질 실험의 의도나 목적이 '핵개발의 불순한 의도가 아닌 순수한 학문적 실험'이기 때문에 심각한 위반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사무총장의 '심각한 우려' 발언에도 "통상적인 경고조치"로 반응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IAEA이사회도 이번 이사회에서는 원자력연구소의 핵물질 실험에 대한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정식 보고서가 제출되는 11월 차기이사회에 정식의제로 제기돼 논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이사회가 의무불이행(noncompliance) 결정을 내리면 안건은 유엔 안보리에 자동 회부되지만 의무조치 위반(violation)으로 결정하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는 단순 위반으로 이사회가 결정하고 IAEA총회에 보고되는 선에서 마무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금속우라늄 150㎏중 3.5㎏ 실험에 사용

IAEA 정기이사회에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언급한 '신고 되지 않은 시설에서 생산된 150㎏의금속우라늄'은 무엇이며 어떤 기술적·과학적 의미를 갖는 것일까.

우선 과학기술부는 "1970년대 말 수입 천연우라늄의 가격이 너무 비싸 인산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한 인광석에 포함된 우라늄을 추출해 핵연료로 사용하는 연구가 있었다"며 "그러나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 영향으로 80년대 들어 천연우라늄의 국제시세가 폭락, 연구필요가 없어졌고 연구시설도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인광석에서 우라늄을 추출한 곳은 울산의 영남화학(현 동남한농화학)으로 IAEA 조사단은 9월 방문에서 이 곳도 둘러봤다.

인광석에는 0.02% 정도의 우라늄이 함유돼 있는데 인산비료 제조 후에 불순물로 남아 연구 목적으로 쓰이지 않으면 보통 폐기된다. 인광석에 포함된 우라늄은 화학공정을 통해 이산화우라늄(UO2), 사불화우라늄(UF4)을 거쳐 금속우라늄으로 변환된다. 여기까지는 우라늄235가 0.7%, 우라늄238이 99.3% 상태여서 모두 천연우라늄이라고 불리며 '금속우라늄'이라는단어는 분말 상태인 이산화우라늄, 사불화우라늄 등과 구분하기 위해 쓰인다.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설명에 따르면 1982년 인광석을 사용해 생산한 천연우라늄은 약 850㎏. 이 중 약 700㎏은 월성 원전용 핵연료로 사용했으며 150㎏은 금속우라늄으로 변환됐다. 이 중 2000년 초 우라늄 분리 실험에 사용한 3.5㎏과 실험과정에서 손실된 12.5㎏을 제외한 134㎏은 현재 원자력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또 '신고되지 않은 3개 시설'이란 인광석으로부터 천연우라늄 생산에 쓰인 것과 이를 다시 금속우라늄으로 변환하는 2개의 소규모 시설을 일컫는 것으로 폐기사실을 IAEA조사단이 확인했다는 것.

하지만 월성 원전에 사용한 금속우라늄은 IAEA에 신고하고도 나머지 150㎏은 신고하지 않은 채 임의로 20년 이상 보관해온 경위와, 손실됐다는 12.5㎏에 대해서는 갖가지 추측과 의혹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14일 "금속 우라늄을 생산한 것은 방사선 차폐용기 제작 등 금속우라늄의 활용도를 연구하기위한 것이었으며 실험과정에서 불가피하게 12.5㎏ 가량이 손실됐다"며 "연구 내용을 IAEA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당시 연구원들의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더 이상 없다" 사흘만에 또… 정부가 의혹 키웠다

정부의 잇단 해명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연구소의 핵물질 실험과 관련한 국제적 의혹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라늄 분리와 플루토늄 추출 실험 이외에 또 다른 핵실험의 징후가 포착돼 추가사찰단을 보낸다는 외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새로운 의혹들은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우리 정부의 핵투명성을 좀먹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여론이 비등하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이 한국원자력연구소의 금속 우라늄 150㎏ 생산과 핵물질 실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기자회견이 알려진 14일 새벽 1시가 지나서야 과학기술부는 부랴부랴 "150㎏의 금속 우라늄 일부를 이용해 0.2g의 우라늄을 농축한 것"이라는 해명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이미 외신들은 새로운 의혹들을 쏟아놓고 있었다. 그 동안 침묵하던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도 "한국은 원자탄을 만들 의도가 없다고 해명하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며 박정희 정권 당시 핵 개발 추진 사실을 예로 들었다. 르몽드는 나아가 "향후 투명성은 완벽한가, 앞으로도 다른 시인이 있을 것인가, 한국은 우라늄을 과연 몇%까지 농축했는가"라고 캐물었다.

핵물질 실험이 국제문제화한 이후 정부의 대응은 항상 이런 식의 뒷북치기였다. 우라늄 분리실험과 IAEA의 사찰사실이 외신에 보도되자 '0.2g의 극소량인 순수한 학문적 실험'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다 외신의 의혹보도에 시달린 게 우선 그렇다. 플루토늄 실험 사실이 AP통신에서 보도되자 그제서야 해명에 나선 정부는 "이제는 더 이상 나올 게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한 바로는 더 이상 없다"고 우겼지만 사흘만에 금속 우라늄 전환실험이 터져나온 것이다.

정부는 IAEA보고사항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수세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세와 공세의 문제가 아니라 솔직하고 당당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핵정책 전문가는 "IAEA가 확인에 나서자 신고해 놓고 자진신고했다고 주장하는 게 당당한 대응이 아니라 실험의 목적이나 과정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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