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들이 연예인들을 동원한 가학성 오락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제작하면서 출연자들이 부상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13일 오후 7시께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KBS 2TV '일요일은 101%' 녹화 도중 인기 성우 장정진(51ㆍ사진)씨가 소품용 떡을 먹고 기도가 막혀 이대 목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장씨는 '골목의 제왕' 코너에서 추석특집으로 기획된 떡 먹기 게임에 참여, 급하게 떡을 먹은 뒤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 게임은 술래가 눈을 감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사이 출연자들이 도시락에 든 송편을 재빨리 꺼내 먹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장씨가 쓰러지자 강병규 심권호씨 등 운동선수 출신 출연자들이 인공호흡을 하며 응급처치를 시도했으나 허사였고, 의료진은 대기하고 있지 않았다.
장씨는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처치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기도폐쇄에 의한 저산소성 뇌경색증세로 현재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쉬고 있는데 2~3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TBC를 거쳐 1980년부터 KBS 성우로 활동해왔으며 만화 '달려라 하니'의 홍두깨, '삼국지'의 장비 목소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 TBC 성우상, KBS연기대상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사고가 알려지자 KBS 인터넷 게시판에는 "무리한 시청률 경쟁이 부른 참사"라는 성토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조모씨는 "KBS2 오락프로그램의 가학성은 일본 쇼 프로를 능가한다" 며 "그것이 결국 이런 사고를 냈다"고 비판했다. 임모씨는 "그 많은 스태프와 출연자들 중 응급처치를 제대로 할 사람이 없었다니 한심하다"며 방송현장의 안전불감증을 질타했다.
방송 오락프로그램 출연자의 사고는 최근 몇 년 사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SBS TV '뷰티풀 선데이'에서 기왓장 격파게임을 하던 배우 심형탁씨가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고, 2002년에는 같은 방송 '좋은 친구들'에 출연한 가수 신화의 전진씨가 텀블링 후 착지하다 턱이 땅에 먼저 떨어져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미스코리아 출신 탤런트 손혜임씨는 생전 처음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했다가 목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KBS는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문제가된 '골목의 제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박해선 KBS 예능1팀장은 "모든 오락 프로그램에 경쟁적으로 음식을 먹는 코너를 없애고, 대형 게임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진의 안전을 위해 의료진 등 안전요원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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