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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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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바쁘게 여행취재를 하더라도 계절의 순환은 놓치지 않습니다. 독한 냉기가 사그라들면서 화사한 꽃들이 앞다퉈 피면서 자태를 뽐내면 봄인 줄알았고, 옅은 초록색을 띤 신록이 온 산하를 뒤덮으면 여름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가을은 좀 다릅니다.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죠.지난 주 온달산성을 올랐습니다. 낮에는 여전히 더운 기운이 남아 몸을 괴롭히더군요. 그러다가 문득 하늘을 보았습니다. 너무도 청명하고 높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은 하늘이었습니다.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는 방법은 사람들마다 조금씩 다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딥퍼플의‘에이프릴(April)’을, 여름은 유라이어 힙의 ‘줄라이 모닝(July Morning)’과 함께 시작합니다.

가을은 영국출신의 포크록 그룹 스트롭스의 ‘오텀(Autumn)’이 신호탄입니다.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들어야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깨닫습니다. 내친 김에 겨울도 알려드릴까요. 12월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CD장에서 꺼내는 음반이 클라투라는 그룹이 부른 ‘디셈버 드림(December Dream)’이라는 노래입니다.

‘오텀’과 함께 가을을 느끼는 노래가 한 곡 더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저항가수로 알려진 김민기의 ‘가을편지’입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후략).’

최양숙이라는 여가수가 부르기도 했지만 이 노래의 매력은 역시 김민기의 저음에 있습니다. 전율을 느낄 정도로 낮은 음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듣노라면 금세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시절로 돌아갑니다. 투쟁가요로 알려진 그의 많은 노래들이 그를 통해 나오는 순간 너무도 아름다운 발라드로 변하는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지난 주 출장 때 스트롭스와 김민기의 음반을 차에 실었습니다. 본격적인 가을을 가슴으로 맞기 위해서이죠. 아직도 가을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방을 뒤져 오래 묵은 낡은 LP나 CD에서 예전에 좋아했던 가을노래를 찾아보면 어떨까요.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분명 느낄 수 있을겁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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