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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론

입력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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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유권자와 후보들은 역동적으로 쌍방향의 대화와 게임을 한다. 후보들의 유세나 공약에 대해 유권자들은 수시로 실시되는 여론조사의 지지율로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또 후보들은 이 변화를 확인하면서 유세와 공약의 내용 형식 강약 완급 등을 조절해 나간다. 지난 대통령선거는 유권자들과의 쌍방향 대화에서 더 공세적 전면적이었고, 쟁점이나 유세의 방향과 톤을 앞장서 결정해 나간 노무현 후보측의 선전의 결과였다.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지난 대선을 총괄적으로 분석 평가한 연구서 ‘16대 대선의 선거과정과 의의’에서 선거쟁점과 유권자의 선택에 대해 설명한 논문의 내용이다.■유권자의 정치적 지지 결정에서 정당일체감, 사회 경제적 지위 등이 장기적 정적인 요인이라면 이에 비해 쟁점이나 유세에 의한 선택은 보다 단기적이고 동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금 국가적 쟁점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 진상규명, 수도이전 문제 등이 선거 과정에 제기됐다면 어땠을까라는 의문을 가져 본다. 단번의 공언이나 공약이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았는데도 쌍방향 대화가 아닌, 일방적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가정이다.

■가정을 할 것도 없이 절대 그렇게는 못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명분이 아무리 그럴 듯 해도 여론의 불리한 수치를 눈으로 보면서 표를 걷어찰 후보는 없을 것이다.또는 사전에 지지여부를 두드려 본 뒤 아예 쟁점화하지를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작금의 여러 논쟁에서 여권은 여론의 방향과는 반대되는 노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이 문제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모두 여권의 뜻과는 다르게 나타나는 데도 불구하고 그러니 의아하다. 아마도 이슈 별 찬반이나 정권의 지지도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거나,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아니고는 무리해 보이는 행태다.

■여권으로서는 노 대통령 지지도가 30%, 심지어 20%대까지도 내려갔을 때 탄핵사건을 디딤돌로 과반의석을 달성한 선거승리를 경험해 봤다.공교롭게도 최근 이슈 별 찬반 동태와, 대통령이나 여당 지지도추이가 비슷하게 나오긴 하지만 ‘단기적이고 동적’인 사안이 ‘장기적이고 정적’인 선택요인으로 계속 연결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또 지금 당장은 선거를 치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여론이 따르지 않는 정책이나 불신이 누적될 경우 결국은 지지 이반과 패배로 나타난다는 것은 오랜 미국 선거정치의 데이터이기도 하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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