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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정부안 내용/"富·권력중 한쪽 포기" 당초 취지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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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정부안 내용/"富·권력중 한쪽 포기" 당초 취지 퇴색

입력
2004.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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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은 내년부터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시행되면 보유주식을 모두 팔아야 할까. 정답은 '안 팔아도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다.경제부처 1급 공무원인 A씨. 1억원 상당의 제조업체 주식을 사고 팔며 짭짤한 재미를 보던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년 3월까지는 정부 지정 신탁회사를 통해 처분해야 한다'가 정답이다.

주식 보유관행 변화 예고

정부가 '부'와 '권력'을 동시에 갖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소리 높이며 도입키로 한 주식백지신탁제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키로 최종방침을 정함에 따라 국회의원, 지자체, 공직사회의 주식 보유관행에 변화에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안을 뜯어보면 '현실과의 타협'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직자가 보유한 주식이 직무와 관련 없다는 것을 심사위원회로부터 판정받으면 액수에 상관없이 이를 계속 운용할 수 있어 당초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인 정몽준 의원의 경우, 현재 국회 교육위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 관련 보유 주식과 직무의 연관성 없음을 심사위에서 판정받아 현대중공업 대주주 자리를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행자부 권오룡 차관은 "직무관련성은 소유 회사와 소속 상임위, (공무원의 경우) 소속 부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했다.

한걸음 더 나가 직무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소속 상임위를 바꾸면 주식 보유가 가능해져 논란도 예상된다.

반면 정부부처에 소속된 공직자들은 직무연관성이 있는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 경우가 많고 소속 부처를 바꾸기도 어려워 주식을 처분하는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관계자는 "사유재산권 침해와 위헌시비를 피하기 위해 직무연관성을 근간으로 법안을 마련했다"며 "그 결과로 의원보다는 정부 공직자들이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범위 넓혀야" 주장 속 일단 환영

이 같은 논란 속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환영을 표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산공개대상인 4급까지로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영춘 원내 수석부대표는 "환영한다. 직무상의 권한을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 취지인 만큼 기본 정신은 관철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정부안의 세부내용을 검토한 뒤 당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부동산까지도 백지신탁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당론이기 때문에 정부안 확정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며 "국회로 안이 넘어오면 추가 논의를 거쳐 대상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관계자는 "정부안처럼 1급 공직자들만이라도 부와 권력을 함께 가져가게 하지 않는다면 당초 취지는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 주식보유 실태/고위공직자 5명중 1명 株테크

고위공직자 5명 중 1명꼴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4명중 1명은 1억원 이상의 고액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공직자 주식보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현재 주식투자를 하는 1급 이상 공무원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는 총 1,110명으로 이 가운데 23.6%인 263명이 1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5,000만∼1억원 이상 주식보유자는 32.3%인 394명으로 조사됐다.

대통령령으로 3,000만원부터 1억원 이상 사이에서 결정되는 백지신탁 하한선이 3,000만원이 될 경우 백지신탁 대상자는 이 가운데 총 590명이 된다. 정부부처 중에서는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1급 공무원 119명 가운데 31명이 5,000만∼1억원, 44명이 1억원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처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17명 중에선 1억원 이상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41.9%인 49명에 달했다. 지자체의 경우 서울시의 주식보유자 비율이 가장 높아 1억원 이상을 보유한 1급 이상 공직자가 31명이었고, 경기와 경북이 각각 20, 18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 정무직과 각 정부기관 4급 이상, 감사 및 민원업무 관련 부서의 7급 이상 공직자(1만8,000명) 등 공직자윤리법 상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 중 1억원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 사람은 총 1,238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5,000만∼1억원 보유자도 1,637명에 달했다.

4급 이하로 내려가면 정부부처 중에선 조사나 수사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청 국가정보원 대검찰청 관세청 감사원 소속 공직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부처 4급∼7급 공무원 가운데 1억원 이상 주식보유자가 가장 많은 곳은 국세청(121명)이었고, 경찰청(114명) 국정원(50명) 국방부(39명) 대검(31명) 감사원(17명) 관세청(17명) 외교통상부(12명)가 뒤를 이었다. 재정경제부의 1억원 이상 투자자는 10명으로 예상과 달리 많지 않았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백지신탁 절차/위임받은 주식 60일이내 매각

내년 1윌1일 고위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시행되면 해당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은 30일 이내에 이를 신고하고 정부가 지정하게 될 신탁금융회사에 법이 정하는 하한선을 넘는 보유주식을 맡겨야 한다. 신탁회사는 공직자들로부터 백지위임받은 주식을 60일 이내에 모두 처분해야 하고 이를 1년간 운용한 내역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해당 공직자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과 직무의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 백지신탁을 원치않을 경우 1개월 이내에 심사위원회에 이를 판정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심사위원회에서 직무와의 연관성이 있다고 판정이 나오면 공직자는 역시 신탁회사를 통해 1개월 안에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지만 직책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심사위의 판정에 불복할 경우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양홍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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