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은 질병으로부터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보다 좀더 나은 삶을 가져다 주는 인류 최대의 선물이다. 이러한 약물이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그리고 신성한 병역 의무를 저버리기 위하여 오ㆍ남용된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며칠 전부터 유명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이 포함된 신종 병역 비리로 온사회가 떠들썩하다. 이들은 혈액에서 추출해 약물로 사용하는 알부민이라는 단백질과 자신의 혈액을 소변에 첨가하여 사구체신염으로 진단받아 신체검사에서 면제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하였다면 기존의 뇨 검사로는 신장질환자와 약물수법사용자를 구별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질환 때문에 단백질이 배설된 뇨와 알부민 또는 유사 단백질이 첨가된 뇨의 단백질 조성이 다르므로 도핑테스트를 적용하면 쉽게 구별할 수가 있을 것이다.
병무청은 병역비리 대책의 일환으로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검사에 사용하는 도핑테스트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병역비리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사후 처방으로 내놓은 것이지만 매우 잘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도핑테스트는 일반 신체검사에서 사용하는 단순한 조작으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첨단 장비와 고도로 훈련된 전문 연구인력이 필요한 검사이다. 병무청에서는 거기에 필요한 장비 구입과 인력 확보를 위하여 17대 국회에 예산을 신청하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기능을 갖추려면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고 또한 정상 궤도에 도달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대안으로서 1986년에 설립되어 20여 년간 스포츠 도핑에 관하여 기술이 축적되어 있고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의 기능을 확장하여 도핑테스트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예산을 절감하고 효율 면에서도 나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특히 사구체신염 이외에도 유사한 방법이나 기법을 사용하여 기타 질환으로 위장하여 병역의무를 기피하기 위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 있으리라고 추정되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시작될 수 있도록 지원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신체검사에 도핑테스트를 적용할 때에는 병역 면탈 행위를 가리는 방법으로서만이 아니라 마약상용자 등 병영 생활에 부적합한 대상자를 가려내 혹시 있을 수도 있는 복무사고를 예방하는 수단으로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김동현 KIST 도핑콘트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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