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휴대폰 단말기 사업을 규제하기 위해 법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정통부가 대외적으로는 통신현안에 대해 시장자율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정통부는 최근 작성된 내부 문건에서 “휴대폰 산업을 국가주력산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서비스 업체와 제조업체간 전문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며 “올 정기국회 때 SK텔레콤의 단말기 사업 확대를 금지하거나 계열 분리를 강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3개과로 구성된 전담팀(TFT)를 만들어 이를 정당화할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또 10월 초부터 시작되는 정통부 국정감사 기간 중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제조업간 수직결합 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것을 신호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정통부가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한 것은 7월 SK텔레콤이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 벨웨이브 인수를 시도하면서부터. SK텔레콤이 벨웨이브를 인수해 자사 계열사인 SK텔레텍에 편입시키면 SK텔레텍은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체로 거듭나게 된다.
SK텔레텍은 지난해 내수(4,826억원)와 수출(1,606억원)을 합쳐 총 6,4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때문에 시장지배적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휴대폰 단말기 사업에도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SK텔레텍은 2006년부터 연 120만대의 생산대수 제한이 해제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우려가 업계 내에 증폭돼왔다.
이 내부문건은 “SK그룹은 벨웨이브, 맥슨 등 중소업체를 인수해 단말기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우월적 지배력이 단말기 시장으로 전이돼 대기업(삼성, LG, SK)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통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 ‘시장지배적 이동통신 사업자가 계열사를 통해 휴대폰 단말기 제조업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정통부는 현안에 대해서는 시장자율을 통한 해결을 강조해왔으나 이번 문건유출로 말과는 달리 법개정 문제를 사전에 준비하고 여론작업을 추진해왔음이 드러났다.
정통부는 그러나 “통신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로서 이런저런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통신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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