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폭발사고가 사실은 댐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이었다는 북한 백남순 외무상의 설명에 대해 댐 건설 및 수력발전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 지역이 댐 건설의 적지가 아닌데다 수력발전소 건설에 발파공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통일부에 따르면 최근 김형직군에서 조금 떨어진 삼수군에서 삼수발전소 건설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삼수발전소는 폭발추정지인 김형직군 월탄리에서 100㎞가량 떨어진 곳이어서 이번 폭발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통일부는 김형직군에서 압록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후창강에 새로운 댐을 만드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김형직군은 연평균 강수량이 760㎜로 전국 연평균 강수량 1,200㎜에 크게 못미쳐 수력발전소 예정지로는 적당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탈북자들은 후창강의 길이가 30여㎞에 불과한 데다 수량도 적은 소하천이어서 댐 건설지로는 적합치 않다고 전했다.
설사 후창강에 댐을 쌓기위한 폭발이라고 해도 그 공법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댐을 건설할 때 물막이 구조물을 올리기 위해 기초암반 굴착작업을 하긴 하지만 지반 안정을 위해 대부분 중장비를 사용한다. 간혹 암반이 나올 경우 소규모 발파작업도 하지만 이 경우에도 리히터 규모 2.6의 진동이 관측될 정도의 발파는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수자원공사의 한 간부는 "댐 바닥을 형성하는 기초 암반은 최대한 견고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는 대규모 발파작업은 금기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후창강이 아닌 삼수천 등 다른 발전소 건설에 사용하기 위한 암석을 채취할 목적으로 폭파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또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통상 수력댐 건설에서 물막이용으로 사용되는 암석은 경암(硬岩)으로 땅 속 깊은 곳에서 채취하고 있다. 한양대 토목공학과 조용식 교수는 "풍화작용이 활발한 지표면의 암석은 단단함을 보장할 수 없어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발파전문가 가운데는 댐 건설에 더러 사용되는 공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지질자원연구소 유창하 연구원은 "규모가 큰 산의 일부를 제거할 때 폭파공법을 사용하면 대규모 연기구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댐 건설을 위해 산을 날리는 폭파공법은 중국에서 몇 차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극심한 에너지난을 건설하기 위해 강하천이 있는 지역에 중소형 수력발전소를 집중건설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북한이 폭발현장에 서방외교관의 방문을 허용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어 북측의 해명을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김정곤기자 kimjk@hk.co.kr
■說… 說… 說… 미스터리 여전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감지된 폭발을 놓고 하루가 다르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 반전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의 핵실험 강행설이 나오더니, 미사일 등 군사기지 폭발설에 이어 열차 사고설이 제기되다가 13일에는 수력발전소 건설공사의 발파작업이라는 북한당국의 해명이 나왔다.
북한 북부 중국 접경지역인 김형직군에서 폭발징후가 감지된 것은 8일 밤에서 9일 새벽 사이. 정부는 폭발 직후인 9일 오전 국내 인공위성을 통해 '검은 연기기둥이 피어 오르고 그 위에 구름이 떠 있는 상태'를 확인했다. 또 김형직군에서 100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도 감지됐다. 정부는 이후 중국 등지의 인적 정보를 활용해 폭발 규모와 원인 규명을 위해 나섰지만 정확한 상황파악은 어려웠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던 가운데 연합뉴스가 12일 오전 국내외 소식통을 인용,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9일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 있었다"며 "3.5∼4㎞ 크기의 버섯구름 형태의 연기가 피어 오른 것이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폭발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있던 정부는 각종 채널을 통해 이를 확인해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폭발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의 부재로 각종 억측이 쏟아졌다. 특히 12일 오후 내내 미국언론을 중심으로 '버섯구름'에 주목, 김형직군 폭발이 북한 핵실험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문제는 심각해졌다. 외신의 의구심은 일련의 북한 핵실험설과 얽혀 증폭반응을 일으켰다.
또 한편에서는 북한 정권 창건기념일인 9·9절을 맞아 반체제세력이 폭발사고를 의도적으로 일으켰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12일 저녁이 되면서 "핵실험이 아니었다"는 갖가지 반증이 쏟아졌다. 정황증거와 함께 미국 고위 관리들도 핵실험설을 부인하면서 이번에는 김형직군의 군수기지와 미사일기지 폭발설, 열차사고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13일 빌 래멀 영국 외무차관이 백남순 북한 외무상을 만나면서 상황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북한이 이례적으로 폭발 원인을 해명하고 나선 데 대한 의구심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정보에 캄캄했던 정부/美·中채널 통한 추가정보 확보 실패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폭발에 대한 정부의 대처방식이 논란을 빚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난 9일 폭발징후를 감지한 뒤 나흘 동안 온갖 설이 난무하는데도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총체적인 정보수집, 분석능력 부재가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3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에 출석, "(백남순 외무상의 언급이) 9일 대형 구름사진이 입수된 뒤 가장 최근의 정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해외 상업용 위성을 통해 9일 오전 김형직군 인근 상공의 검은 연기와 대형 구름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에는 관련 정보를 추가로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상상태 문제로 분석 가능한 정보를 입수하지도 못했고 이후 한미 정보공조를 통해 추가 정보를 얻는 데도 실패했다. 또 중국 현지의 정보망과 양강도 출신 탈북자 등을 통해 폭발을 입증할 정보 입수를 시도했지만 이 마저 뚜렷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폭발과 관련된 가장 정확한 사실은 '8일과 9일 사이에 지진파와 연기구름이라는 폭발 징후가 감지됐고 입증자료를 확보 중'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이 와중에 'TNT 1,000톤 규모의 폭발', '용천역 참사보다 큰 피해규모' 등의 미확인정보를 쏟아내 혼란에 일조했다.
가장 큰 문제가 됐던 핵실험설에 대한 정부의 해명노력도 미흡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일반적인 폭발사고에서도 버섯구름이 관측된다', '낙진이 검측되지 않았다' 등 정황근거를 들어 핵실험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핵실험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나서야 핵실험설은 완전히 사그러들 정도로 우리 정부의 해명은 힘을 받지 못했다.
정부의 대북한 정보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기상상태로 인해 정확한 현지 정보를 입수하지 못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북 정보 수집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과 정보분석능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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