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 양강도 폭발이 그 동안 우려해왔던 핵무기 실험과는 관련이 없음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북한의 핵 실험 시도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미국 언론들도 최근 인공위성 등에 의해 포착된 북한의 핵실험 징후에 대해서는 여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12일 미 ABC방송의 '디스 위크' 프로그램에 출연, 양강도 폭발과 관련해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핵 관련 사건이었다는 징후는 없다"고 거듭 핵실험과의 무관성을 강조했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미국의 고위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의 핵실험 준비를 시사하는 활동을 포착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대해서 "미 당국은 잠재적인 핵실험 장소"에서의 활동을 감시해왔다고 밝혀 북한의 핵 실험여부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파월 장관은 "우리는 그것이 정상적인 정비활동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한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 "그래서 이 시점에서 그것은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것들을 계속해서 매우 주의 깊게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그러나 "북한은 핵 실험이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분별 있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북한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폭발이 핵실험일 가능성을 가리키는 징후는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라이스 보좌관은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 주변국들이 단합해서 북 핵개발에 반대하고 있음을 깨닫고 핵 개발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북한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도 북한 핵 실험 가능성과 관련한 기사를 싣고 핵 실험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들의 행렬이 최근 4주간 관찰되는 등 핵 실험 준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음모론에 가까운 이런 보도는 북한 핵 문제를 등한히 하면서 이라크 전쟁을 강행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미 민주당의 비판적 시각을 반영한 것이어서 어느 정도 여과해 들을 필요가 있다. 이런 시각의 보도가 나오자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북한과 협상을 거부함으로써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 개발을 경시해왔다"고 날을 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국회 남북관계특위/"댐 건설지역 확인했나"-"美와 정보교류에 구멍"
13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관계특별위원회 1차 회의는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 일대의 폭발사건으로 인해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으나, 일부 의원의 무관심과 준비부족으로 다소 싱겁게 끝났다.
야당 의원들은 회의 초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향해 폭발설의 실체와 한미간 정보공유의 문제점 등을 짚었다.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은 "정부는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제대로 확인을 못하고 있다"며 "미국측의 정보에 의존하는 게 현실인데 한미관계가 삐걱거리기 때문에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정 장관을 몰아붙였다. 같은 당 전재희 의원은 "한미공조가 대단히 중요한데 미국과 어떤 정보 교류가 있었느냐"고 따졌고, 송영선 의원도 "폭발사고 이후 지진파가 감지됐다는데 지하 핵실험과의 연계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 장관이 9일 위성사진 관측과 8일 지진파 탐지사실, 둘 사이의 연관성 부족, 북한 백남순 외무상의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파 언급 등을 들어 "크게 우려할 만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추가 질문은 없었다. 특히 한미간 정보공유에 대해 정 장관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극히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놓은 대해서도 더 이상의 추궁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자민련 류근찬 의원은 "개인적으로 해프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정부가 애써 별 것 아닌 것으로 인식하려는 것 같아 불안하다"며 "과연 해당지역이 댐 건설지역인지 확인한 것이냐"고 물었을 뿐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아예 질문을 피했다. 최성 의원은 "교착국면에 빠진 남북관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폭발사건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선병렬 의원은 "이제 빠져나갈 사람 다 빠져나갔으니까 장관에게 한마디 묻겠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으며, 이은영 의원도 "동해안 철조망에 대해 국민들은 완전 쇼라고 생각하는데 제거할 용의가 없느냐"고 다소 엉뚱한 질문을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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