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잖아요. ‘꽃’이라는 곡 한번 들어보세요. 실컷 울고나면 어떤 깊은 슬픔이라도 잊을 수 있을 거예요.”이수영(25)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사랑의 열병이 지나가고 맑은 눈물 한 방울로 과거를 지우고 싶을 때, 그녀의 노래가 제격이다. 지난 10일 발매된 6집 ‘The Colors of My Life’도 추천곡 ‘꽃’을포함, 실연으로 갈피를 못잡는 마음에 진정제 역할을 해줄 노래들로 그득하다.
“변화가 없다고요? 전 항상 새로운 음악을 해왔어요.” 조심스럽지만 야무진 말투에 살짝 불만을 섞었다. “제가 발라드라는 틀에만 안주했으면 6집까지 낼 수 있었을까요. 저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변해왔어요.”
6집 타이틀 곡 ‘휠릴리’ 와 ‘너도 그런지’ 등은 ‘이수영표’ 발라드에 충실하다. 그러나 보사노바의 향기가 묻어나는 ‘혼자 짓는 미소’와 ‘신화’의 에릭이 피처링한 디스코 풍의 ‘You Want Me’를 듣다 보면 그녀의 항변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연주보다는 기타와 피아노가 중심이 된 단출한 분위기도 5집과 다른 점이다. 애절한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5년의 관록이 배인 절제된 창법이 귀에 감긴다. “나이 서른을 넘은 분들 정서에 맞는 이지리스닝 계열 음악위주로 꾸몄어요. 제가 좀 애늙은이라서요.” 악기, 가사, 멜로디라인 등 음반 전체에 복고의 느낌을 담으려 노력했단다.
일본에서도 동시 발매된 음반은 선주문량 만해도 20만장. “많이 팔았다 는말보다 좋은 음반 만들었다는 소리를 더 듣고 싶어요. 돈 생각했다면 음반 못 만들었을 거예요” 그녀는 이제 막 걸음을 뗀 일본 시장서는 조금씩 알려지기를 원했다. ‘거품 인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탄탄한 팬 층을 확보하려는 욕심인 듯 싶다. 아니면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조바심을 앞서는 것일까. 여유가 생기면 몇십년 동안 가수활동을 하는 분들의 살아온 길을 연구하고 싶단다. “나훈아 선생님의 공연 모습을 보고 너무 감동했어요. 또래들 중에서 가장 오래가는 가수로 남고 싶거든요. 그리고 그럴 자신도 있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사진 류효진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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