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데몽은 프랑스의 두번째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인 로브처분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다. 총면적 30만평 규모의 이 처분장은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3시간 가량 가야 하는 시골에 자리잡고 있다. 처분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에포데몽사람들은 주로 목축업을 하고 살았다. 그러나 처분장이 운영되기 시작한 1992년부터 다른 직업의 종사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처분장 직원 165명 중 40명이 이 지역 출신이다. 지역경제가 좋아져 100여명 남짓 했던 인구도 늘어 지금은 280명을 헤아리게 됐다.▦1962년부터 이 곳에서 살아온 질 제하드 시장은 처분장 덕분에 유명인사가 됐다. 우리 기준으로는 시장이라기보다 이장이라고 해야 할 만큼 작은 마을이지만, 그는 처분장 홍보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처분장의 안전성과 주민들의 생활 변화를 알기 위해 무시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처분장 건설 후 생태계나 농산물 판매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오히려 고용창출 효과와 부동산경기 활성화등 경제적 혜택이 커졌다는 것이다.
▦처분장 주변에 대해서는 ANDRA(방사성폐기물관리청)가 환경을 평가해 3개월마다 공개하고 있고, 주민들로 구성된 CPIE(민간정보센터)가 감시결과를 확인한다. 원전 59기를 운영해 외국에 전기를 수출하고 있는 프랑스는 원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고, 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이해도 높은 편이다. 부지 선정 당시 주민들과 외부에서 온 환경단체가 반대했지만, 그들은 곧 시설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에포데몽 사람들은 관광객이 연 1만 명 수준으로 늘어남에 따라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제하드시장을 비롯한 에포데몽사람들은 지난해 한국에도 다녀갔다. 그들은 자국 내에서 방문자들을 맞을 때나 한국에 왔을 때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 여부, 그것을 극복한 방법이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다. 하도 지겹게 같은 질문을 받아서인지 지난 주에 만난 그들의 대답은 잘 정리돼 있었다.그들은 방폐장 후보지 선정을 둘러싼 한국의 진통과 대립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 그 뒤로 살림살이가 훨씬 나아진 점을 자랑하고 있었다.
임철순 논설위원실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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