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선정 작업을 ‘사회적 협의기구’에 넘긴다는 소식을 무턱대고 반기기는 어렵다.15일의 유치 신청 마감을 앞두고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의기구 설치에 뜻을 모아 정면 대결을 피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부안 사태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일방적 방폐장 후보지 선정이 얼마나 바탕이 취약한지는 이미 드러났다. 대체 후보지 물색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후보지로 거론된 다른 지역의 민심대립도 심각한 수준이다. 나라가 분열과 대립에 휩싸인 마당에 방폐장 문제로 다시 국론을 가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협의기구는 논란을 미루는 것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뒤늦게 제자리를 찾았지만 흘려보낸 16년의 세월이 아깝고, 그러는 동안 찬반양측의 논리가 굳어진 것이 안타깝다. 협의기구는 정부와 업계, 환경단체와 반대 주민 단체, 양측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될 것이다. 양측의 발상의 전환이 없는 한 똑같은 대립을 빚게 마련이다.
이런 시간 끌기가 환경단체의 궁극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는 우선 이들의 발상 전환이 요구된다. 그 동안의 방폐장 건설 반대가 결코 무조건 반대가 아니며, 원자력 발전의 사회적 비용을 환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방폐장 문제를 집어 든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업계도 지금까지의 ‘안전한 방폐장’ 일변도 주장에서 벗어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에 나서야 한다. 방폐장의 잠재적 위협은 그것이 사회적 의미가 있는 확률 이하이더라도 그대로 알려야 한다. 또 그에 따른 주민의 ‘심리적 부담’에 대한 반대 급부인 경제 지원책 등을 정확히 밝히고 의견을 들어 조정해나가야 한다. 근거가 될 특별법 제정도 시급하다.
그런 열린 마음과 상호 노력을 기대할 수 없다면 협의기구는 빈 껍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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